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News1 김명섭 기자
국제유가가 한 달 새 10% 이상 급등하면서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았던 국내 물가에 다시 경고음이 켜졌다.
지난해 12월 석유류 가격 상승만으로 소비자물가가 0.24%포인트(p) 더 뛰는 등 물가 상승분의 10% 이상을 석유류가 차지한 상황에서, 유가 반등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안정 흐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까지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경우,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석유류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며 물가 부담이 한층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유 한 달 새 10% 이상↑…소비자물가 상승 기여도 높아 우려 커져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시간) 국제 원유시장 마감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66.34달러로 이달 초(60.32달러) 대비 약 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16.3% 오른 70.7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1% 상승한 65.42달러에 마감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 배경으로는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협정 불이행 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 차질 우려가 커졌다.
국제유가는 올해 공급 과잉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란·베네수엘라 관련 긴장과 일부 산유국의 공급 차질 등으로 상승 압력을 받아왔는데, 최근 발언이 추가적인 상방 리스크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 가격,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 절대적"
국제유가 상승은 원유·석유제품의 수입 가격을 끌어올린 뒤 생산·운송 비용 증가를 통해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수입물가가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는 점에서, 최근 유가 반등은 중기적으로 물가 전반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3%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석유류가 차지한 상승 기여도는 0.24%p에 달했다.
전체 물가 상승분의 10% 이상을 석유류가 끌어올린 셈으로, 단일 품목군 가운데 물가 상승 기여도가 가장 크다.
지난해 12월 석유류 물가는 국제 LPG 가격 하락 영향으로 자동차용 LPG 가격은 하락했지만, 유류세 인하율 축소와 환율 상승이 겹치며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
특히 경유가 전년 동월 대비 10.8%, 휘발유는 5.7% 상승해 석유류 전체 가격이 6.1% 올랐고,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를 0.24%p 끌어올렸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석유류의 물가 영향은 이어졌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율 축소와 환율 상승 영향으로 휘발유는 20.0%, 경유는 3.3%, 자동차용 LPG는 4.8% 상승해 석유류 전체 가격이 2.4% 오르며 소비자물가를 0.09%p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불확실성 재부각…환율 약세가 석유류·물가 압박 키워
특히 환율이 다시 불안정해질 경우 국제유가 상승 효과는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원유 가격 상승이 원화 기준 석유류 가격에 더 크게 반영되면서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 전반에 대한 상방 압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화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재협의 고위급 회담 첫날 이후 약세로 전환됐다.
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되면서 시장의 경계 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같은 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관세 재인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에 나섰지만, 즉각적인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이에 3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종가 대비 13.2원 오른 143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야간 거래에서는 1450원 선을 웃돌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워싱턴에서의 고위급 회담이 관세 인상 경고 이후 합의 없이 종료되면서 한국의 수출 전망과 정책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이로 인해 최근의 환율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화의 추가 강세가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 상승은 환율 효과와 더불어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보통 3~5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