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총성'…정의선, '정공법' 택할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2일, 오전 07:04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BD)의 기업가치 폭등에 따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계가 켜졌다. BD의 가치가 많게는 100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성공 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CES 2026’에서 아틀라스 공개 이후 BD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그룹 관련 계열사들의 주가는 평균 37.4% 폭등했다. 1월 2일 대비 30일 종가 기준 현대차(005380)는 무려 67.6% 뛰었으며, 현대글로비스(086280) 33.8%, 기아(000270) 26.6%, 현대모비스(012330) 21.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BD의 기업가치가 100조원을 넘어 15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요 주주사들의 주가도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유연한 움직임 때문만이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올해 미국에 ‘로봇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어 훈련시키고 이를 자사 공장에 먼저 적용해 실증을 하겠다는 로드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BD의 지분은 소프트뱅크(9.5%)를 제외하면 모두 정의선 회장 및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보유 중이다. 정 회장 22.6%, 현대글로비스 11.3%에 이어 현대차ㆍ기아ㆍ현대모비스가 출자한 그룹 투자법인 HMG글로벌이 56.5%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증권은 BD의 기업 가치를 보수적으로 최대 50조원으로 가정했을 시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11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핵심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이른바 순환출자 구조다. 현대모비스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지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3%에 그친다. 그룹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정몽구 명예회장(7.38%)과 기아(17.9%)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의 지분도 5.6% 보유 중이다.

CES 2026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아틀라스 (사진=정병묵 기자)
작년까지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 보유 현대모비스, 현대차 주식을 상속받을 시 세액은 약 2조~3조원대로 예측됐다. 하지만 BD 가치 폭등으로 현대모비스, 현대차의 주가가 뛰면서 실제 세율 60%를 감안하면 5조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BD IPO를 통해 해당 재원을 마련하려면 정 회장 입장에서는 최소 BD의 기업가치가 30조원 이상 돼야 한다. 정 회장이 최대주주(20%)인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해 활용하는 방법도 점쳐진다.

사실상 지주사인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정 회장의 지배력을 키우는 방안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대기업의 중복 상장, 쪼개기 상장 등을 지양하라고 제동을 걸면서 이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BD IPO 후 마련된 재원을 통해 낼 세금을 내고 경영권을 지키는 ‘정공법’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회사를 분할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현재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며 “특히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 수소 에너지 등 미래 사업에 착실히 대비해 온 혁신 기업가 이미지가 짙기 때문에 다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승계 방식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BD가 계획만 있는 상황인데 올해 ‘로봇 트레이닝 센터’ 및 내후년 양산에 들어가면서 구체적인 ‘액션’을 보여 주면 BD의 지분 가치도 그만큼 상승하고, 승계 작업도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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