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회사가 없다"…보험사 M&A 시장 '밑빠진 독에 돈 붓기'

경제

뉴스1,

2026년 2월 05일,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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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별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등 보험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지만, M&A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현재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들의 공통점은 이미 여러 차례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에도 불구하고 재무 건전성 개선에 실패했으며,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KB손해보험, 신한라이프 등 보험사 인수 성공 사례들이 있지만 건전성 등에서 부실한 보험사를 인수해 단기간 내에 체질 개선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30일 예별손해보험 공개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하나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 JC플라워를 예비 인수자로 선정했다. 이들 3개 사는 예보가 진행한 예별손보 예비입찰에 인수 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MG손보의 계약 이전 및 영업 정지 처분을 의결하면서 MG손보의 모든 보험계약과 자산이 가교 보험사인 예별손보로 이전된 상태다. 예보는 예비 인수자들에게 5주간의 실사와 본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며, 오는 3월 30일까지 본입찰을 접수할 예정이다. 유효 입찰자가 있을 경우 오는 4월 초까지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별손보는 MG손해보험이 2022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예보가 100% 출자해 설립한 가교 보험사로, 이번이 6번째 매각 도전이다.

MG손보의 2024년 말 자본 총계는 -3591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 잠식에 빠졌다.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아 자본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라는 의미다. MG손보의 2020년부터 지난 5년간 누적 순손실은 4513억 원에 이른다. MG손보는 청산 직전인 지난해 하반기에도 358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 비율(K-ICS·킥스)은 경과 조치 전 -19.34%, 경과 조치 후 -23.01%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킥스 비율은 요구 자본 대비 가용 자본 비율로 산출되는데,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요구 자본을 축소하거나 가용 자본을 늘려야 한다.

지난해 상반기 MG손보의 가용 자본은 -1972억 원, 요구 자본은 8569억 원으로, 현재 요구 자본 수준에서 킥스 비율 130%를 달성하려면 가용 자본을 약 1조 3000억 원 정도 늘려야 한다. 금융권은 부실 금융사인 예별손보의 정상화를 위해 예보가 약 7000억~8000억 원 수준의 자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인수자는 예별손보를 인수해 정상화까지 약 5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미 MG손보에는 대주주로부터 여러 차례 증자를 받았다. MG손보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당시 대주주인 새마을금고로부터 5차에 걸쳐 총 2300억 원을 증자받았으며, JC파트너스도 300억 원의 증자를 실시했지만, MG손보의 재무 건전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MG손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고려해 1조 3000억 원의 자본이 필요하고, 이후 정상화까지는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할 수 있다.

'돈 먹는 하마' 된 보험사…수천억 증자에도 여전히 건전성 '부실'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도 이미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들 보험사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재무 건전성 악화와 실적 부진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했으며, 2014년 이후 여섯 차례의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KDB생명의 총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7조 3056억 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4위 수준이며, 자기자본(자본 총계)은 -1017억 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다. 자본 건전성은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경과 조치 후 165.2%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넘지만, 경과 조치 전 킥스 비율은 43.5%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1조 원이 넘는 증자를 실시했으며, 지난해에도 5150억 원의 증자를 실시했다. 산업은행은 올해도 3000억 원에서 5000억 원 수준의 추가 증자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여러 차례의 증자에도 KDB생명의 건전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먼저 인수된 회사들도 영업 실적 및 재무 건전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2020년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하나손보를 출범시켰다. 당시 하나금융은 비(非)은행 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케이손보를 인수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하나손보는 적자를 거듭하고 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도 27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자본 감소와 이익 잉여금 적자도 매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손보의 자본은 40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이익 잉여금은 -19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억 원 적자가 확대됐다.

하나금융 역시 하나손보에 여러 차례 증자를 실시했다. 하나금융은 하나손보에 2020년 1800억 원, 2022년 1773억 원의 증자를 실시했으며,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1000억 원과 2000억 원의 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하나손보도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손보의 대주주가 추가 유상증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또 다른 부실 보험사를 인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B손보,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보험사 인수 성공 사례가 있지만, 재무 건전성이 부실한 보험사를 인수해 정상화하기까지는 많게는 수조 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며 "보험사는 20~30년의 초장기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산업 특성상 매출이 증가해도 부채가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과거 부실에 대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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