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은 왜 ‘1인당 2000억씩’ 잘못 줬나…3가지 의문점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7일, 오전 04:35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디지털자산거래소 빗썸이 고객 1인당 20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한 사고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됐다. 당국은 이번 사안을 초유의 사고로 보고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원인 규명, 수습 방안, 재발방지 대책이 주목된다. 이번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논의, 디지털자산 시장 신뢰 회복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오후 6시께 랜덤박스 이벤트를 통해 1인당 2000원~5만원씩 리워드를 지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급 과정에서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하면서 당첨자 계좌에 각각 2000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총 249명에게 55만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오지급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인당 약 2000억원, 전체 규모로는 약 5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빗썸은 이 가운데 160여명으로부터 미사용 비트코인 약 40만개를 회수했으나 나머지 80여명에게 지급된 약 20만개는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급된 비트코인 중 일부는 실제 매도·인출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현금화된 금액은 약 3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결과 6일 오후 7시30분 직후 매도 물량이 나오면 빗썸 내 비트코인 시세는 다른 거래소 시세(9800만원대)보다 17%가량 낮은 8110만원까지 급락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빗썸은 7일 오전 입장문에서 “이번 이벤트 지급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으로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빗썸은 정확한 오지급 비트코인 개수·대상 인원, 회수 규모, 인출 액수 등에 대해서는 추후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사고 직후 현장 검사에 즉각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사고 원인과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을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단 정확한 상황 파악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당국은 이번 사고가 단순 직원 실수인지, 내부 공모 등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빗썸은 “이벤트 지급 과정에서 일부 고객님께 비정상적인 수량의 비트코인이 지급됐다”며 “해당 비트코인을 수령한 일부 계정에서 매도가 이뤄지면서, 비트코인 시세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변동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빗썸 입장문에는 직원 실수 여부가 명시되지 않았다. 향후 당국 조사 결과가 완료되면 실수인지, 직원 내부의 공모자가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에 따라 내부 통제 실패나 도덕적 해이 문제도 함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6일 오후 7시30분 이후 매도 물량이 나오면 빗썸 내 비트코인 시세는 다른 거래소 시세(9800만원대)보다 17%가량 낮은 8110만원까지 급락했다. (사진=빗썸)
지급된 비트코인의 전량 회수가 언제 어떻게 가능할 지도 제기되는 의문 중 하나다. 빗썸은 입장문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을 통해 이상 거래를 즉시 인지했으며 관련 계정에 대한 거래를 신속히 제한했다”며 “그 결과 시장 가격은 5분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도미노 청산 방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비트코인 이상 시세로 인한 연쇄 청산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빗썸이 신속히 제한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일부 이용자들은 비트코인을 외부 지갑이나 다른 거래소로 전송해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전량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빗썸은 회수가 불가능할 경우 해당 이용자들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적절한 후속대책·재발방지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빗썸은 입장문에서 “본 사안은 외부 해킹이나 보안 침해와는 무관하다”며 “시스템 보안이나 고객 자산 관리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 자산은 기존과 동일하게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현재 거래 및 입출금 역시 정상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보유하지 않은 자산이 거래 시스템상 정상 자산처럼 인식돼 유통됐다는 점에서 ‘장부 조작’, ‘유령 코인 유통’ 우려가 제기된다. 빗썸이 실제로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5만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에 지급된 비트코인 규모는 보유량을 크게 웃돈다.

이는 빗썸이 보유하지도 않은 비트코인이 정상 자산처럼 인식돼 거래가 된 것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현 거래소 시스템 상에서 장부를 조작해 보유하지 않은 유령 가짜 코인도 유통시킬 수 있는 셈이다. 당국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적절한 후속대책·재발방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빗썸은 7일 새벽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사진=빗썸)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빗썸이 제재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확한 상황 파악이 끝난 뒤 구체적인 법 적용 상황을 볼 것”이라며 “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처벌 수위에 따라 빗썸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면허 갱신과 기업공개(IPO)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빗썸은 VASP 면허 갱신 신고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금법에 따르면 코인거래소는 3년마다 사업자 신고를 갱신해야 한다. 또한 빗썸은 2023년 삼성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한 뒤 상장을 추진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되지 않도록 강력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자산 전문가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실수든 고의든 거래소 시스템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 전통금융·디지털자산 결합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신뢰의 위기로 번질 수 있어 엄중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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