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티 법안 통과 이후 암호자산 시장 어떻게 달라지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7일, 오전 06:01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클래리티법의 공식 명칭은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of 2025’이다. 여기서 ‘클래리티(clarity)’는 말 그대로 명확성을 의미한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같은 암호자산이 증권(투자계약자산)인지, 디지털 상품인지, 그리고 이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제하는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규제하는지를 사전에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 미국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으로 이송돼, 현재 상원 은행위원회와 상원 농업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클래리티법을 상원 농업위원회에서도 함께 논의하는 이유는 암호자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할 경우 그 감독 권한이 CFTC로 귀속되고, CFTC를 감독하는 상임위원회가 바로 상원 농업위원회이기 때문이다.

클래리티법은 암호자산을 단속하기 위한 단일 규제법이라기보다 지난 10여년간 누적돼 온 규제 혼선을 일거에 정리하려는 시장 구조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법의 핵심은 비트코인, 알트코인, 디파이(DeFi)를 포함한 암호자산 전반을 기존 자본시장 질서 안에서 어떻게 분류하고 다룰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클래리티법의 통과 여부는 일시적인 시장 반응을 넘어 암호자산 시장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챗GPT)
그동안 미국의 암호자산 시장은 명확한 규제 기준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해 왔다. 암호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감독 당국은 사후적 집행과 해석을 통해 규제의 경계를 설정해 왔다. 그 결과 같은 자산이 어떤 경우에는 증권으로, 다른 경우에는 상품으로 분류되는 불확실성이 반복됐다.

실제로 XRP와 같은 자산은 발행 단계에서는 증권으로, 유통 단계에서는 상품에 가까운 성격으로 인식되며 규제 혼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 참여자뿐 아니라 감독 당국 스스로에게도 상당한 행정적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므로 기존 규제 방식은 사전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위반이 발생한 이후 제재를 통해 규율하는 사후관리 중심의 접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렸고, 특히 연기금이나 보험사와 같은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이 됐다.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증권성이 희박하다는 인식 때문에 비교적 부담이 적었지만, 증권인지 상품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알트코인은 더욱 보유하기 쉽지 않았다. 토큰 발행 구조, 재단의 통제력, 초기 판매 방식 등을 둘러싼 증권성 논란은 시장에 상시적인 불확실성을 드리워 왔다.

클래리티법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규제의 방향을 사후 집행 중심에서 사전 분류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법안은 암호자산을 일괄적으로 규율하지 않고, ‘디지털 상품’, ‘투자계약자산’, ‘스테이블코인’ 등 여러 범주로 나누며 블록체인 기술의 분산성, 발행 주체의 영향력, 자산의 기능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 자산이 어떤 규제 체계에 속할지 판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증권적 성격이 강한 자산은 기존 자본시장법의 틀 안에서 규율하고, 충분히 탈중앙화된 자산은 상품으로 분류해 다른 감독 체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감독기관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규제의 혼선을 줄이고 감독 기관 간 역할을 보다 명확히 나누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트코인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트코인은 클래리티법을 통해 법적 성격이 사실상 상품으로 확정되면 규제 리스크가 제거된 자산, 즉 제도권 포트폴리오에 편입 가능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현재도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스트래티지 같은 법인은 비트코인의 직접 취득이 가능하지만, 미국의 연기금 자금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직접 자산으로 편입하는데 소극적이다. 일부 연기금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나 비트코인 보유 기업 주식을 통해 제한적인 간접보유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비트코인의 투자 매력보다는 그동안 법적 성격과 규제 관할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이 연기금의 보수적인 운용 원칙과 충돌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클래리티법은 연기금이 비트코인을 단순한 ‘살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수탁과 운용의 책임 면에서 ‘보유해도 법적으로 설명 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제도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제 ‘변동성 중심의 투기 자산’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법적 근거를 갖춘 제도권 핵심 자산으로 안착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알트코인은 보다 선별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탈중앙성이 충분히 입증되고 발행 주체의 통제가 제한적인 코인은 제도권 편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증권으로 분류돼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위축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옥석 가리기를 통해 암호자산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정화 과정으로 해석해야 한다.

클래리티법은 디파이(DeFi) 역시 하나의 규제 대상 산업으로 묶기보다는 탈중앙화의 정도와 운영 주체의 존재 여부에 따라 규제 가능 영역을 세밀하게 구분한다. 자동화된 프로토콜 코드 자체보다는 디파이에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프론트엔드, 수탁 구조, 자금 연결 경로에 사람이 직접 개입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디파이를 무조건 금지하거나 사각지대에 두기보다는 기존 금융 규제 체계가 수용 가능한 현실적인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과 같은 금융상품으로 취급돼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이용자 자금을 달러나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하며 수익을 얻는다. 이를 이용자에게 배분할 경우 사실상 예금과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기존 은행권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이자 지급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이는 민간 주체가 은행 인가 없이 ‘이자를 주는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금융 안정과 통화 질서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암호자산 업계는 이러한 이자 지급이 예대마진을 전제로 한 은행 영업이 아니라 담보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결국 이 쟁점의 본질은 민간 주체에게 ‘이자 지급형 디지털 달러’ 발행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줄 것인지에 있다. 이는 클래리티법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클래리티법은 암호자산 시장 전반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자산이 제도권 금융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는지를 가려내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법에 가깝다. 비트코인은 제도권의 공고한 자산으로 자리 잡고, 알트코인은 기술과 구조에 따라 재평가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암호자산 시장은 이제 규제의 부재가 주는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규제의 명확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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