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데이터얼라이언스 제공)
우리나라 역시 AI 산업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최근 전남 해남에 2조5000억원을 들여 국가 AI컴퓨팅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삼성SDS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KT 등이 참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런데 이미 있는 컴퓨터를 연결해서 2조5000억원급 데이터센터와 같은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투자 비용 없이 말이다.
7일 VC 업계에 따르면 TS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데이터얼라이언스에 30억원 규모 프리 A(Pre-A) 투자를 단행했다.
당초 데이터얼라이언스에는 복수의 투자자들이 제안해서 VC들이 나눠서 참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TS인베스트먼트는 사업 모델을 지켜본 뒤 프리A 투자 규모였던 30억원을 전부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지난 2024년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GPU 공유 서비스 모델 ‘지큐브(gcube)’를 선보였다. 지큐브는 전 세계의 클라우드 서버와 미사용 서버, 개인 게이밍 장비 등 전국에 사용되지 않고 놀고 있는 GPU를 하나의 클라우드 환경으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공유 GPU’ 사업 모델이다.
쉽게 말해 에어비앤비가 빈 방을 연결하고, 우버가 개인 차량을 연결하듯 데이터얼라이언스는 사용하지 않는 GPU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데이터얼라이언스가 내놓은 해법은 명쾌하다. 전 세계에 흩어진 ‘놀고 있는 GPU’를 모아서 필요한 곳에 빌려주는 것이다. 전국 PC방만 봐도 약 8000개가 있고, 평균 100대씩 계산하면 80만대의 컴퓨터가 있다.
낮 시간이나 새벽엔 손님이 없어 컴퓨터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개인 집의 컴퓨터, 대학과 연구소의 서버, 클라우드 기업까지 합치면 엄청난 양이다. 지큐브는 이렇게 사용되지 않는 컴퓨터의 성능을 수수료를 지불하고 빌려와 모은 뒤 AI 개발자들에게 저렴하게 빌려준다.
데이터얼라이언스가 공유 GPU 사업 모델을 내놓은 것은 AI 시대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AI 시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컴퓨팅 비용이다. 챗GPT나 클로드 같은 AI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비용 앞에서 주저하게 된다. AI를 돌리는 데 필요한 고성능 컴퓨터 부품인 GPU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거대 클라우드 기업에서 AI 학습용 GPU를 1년간 빌리면 약 2만~3만2000달러(약 2937만~47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지큐브를 통한다면 비용을 1만~1만7000달러(약 1468만~2496만원)로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일부 작업에서 AI 학습용 GPU 대신 고성능 게이밍 그래픽카드를 사용한다면 그 비용은 3000~8100달러(약 440만~1189만원)로 줄어든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오는 3월 기준 5만장의 GPU를 확보했다. 이 정도면 새로 데이터센터를 지었을 때 2조5000억원이 드는 규모다. 하지만 지큐브의 공유 시스템을 쓰면 그 10분의 1인 2500억원으로 같은 컴퓨팅 성능을 낼 수 있다. 건물을 짓거나 전기 시설을 새로 구축할 필요가 없이, GPU 공유에 대한 대가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산형 시스템의 가장 큰 고민은 ‘신뢰성’이다. 누가 얼마나 컴퓨터를 사용했는지, 돈은 제대로 정산되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방법이 필요하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암호화폐에 쓰이는 이 기술로 모든 사용 내역을 위조할 수 없게 기록하고, 기여도에 따라 자동으로 보상한다.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독일, 러시아 등 8개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서울시가 주최한 유니콘 챌린지에서 글로벌AI 임팩트어워드와 CES2026 혁신상을 수상했다.
TS인베스트먼트는 데이터얼라이언스의 이런 잠재력에 배팅했다. 더욱이 데이터얼라이언스의 이광범 대표는 상장기업인 로보티즈와 커넥티드카 스타트업인 유브릿지를 공동창업해 성공을 거둔 연속 창업가이기도 하다.
연속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으며, 하나의 사업을 성공시키거나 정리한 후 또다시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가를 뜻한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올해 하반기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유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AI 본고장 미국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광범 대표는 “AI 인프라는 자본 많은 소수만의 것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비싸고 희소한 GPU를 같이 나눠 쓰는 구조를 통해 더 많은 기업과 개발자들이 부담 없이 AI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비싼 자산일수록 함께 나누면 모두가 이익을 본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