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베선트 재무장관(왼쪽), 크립토 차르인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가상자산 정책고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Strategic Bitcoin Reserve)을 설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이후 비트코인이 급락하면서 미국 정부가 보유한 디지털자산 전략비축 준비금의 시장 가치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6만33달러까지 추락한 뒤 7만달러까지 반등했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임기를 시작한 직후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정확히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조사·분석업체 아캄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는 현재 정부가 약 32만8372BTC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지난해 3월 행정명령 서명 당시 약 20만개에서 늘어난 규모다. 이 수치에는 형사 사건 등으로 아직 처분이 확정되지 않은 자산과 준비금에 연계된 보유분이 함께 포함됐을 수 있다.
트럼프 2기 취임 이후 비트코인 가격 추이(자료=블룸버그)
지난해 10월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치였을 때 준비금 가치는 411억달러까지 갔지만, 전날 213억달러까지 줄었다. 이는 시가평가(mark-to-market)에 따른 가치 하락을 반영한 것으로, 준비금에 포함된 토큰은 납세자 돈으로 매입한 것이 아니라 범죄 수익 몰수 및 벌금과 과징금 등을 통해 확보된 것이며, 매각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미 재무부가 수십억달러 어치의 비트코인을 비축한 채 보유하게 되면서, 최근의 급락은 ‘디지털 금’을 준비자산(reserve asset)처럼 다룬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악명 높은 변동성을 지닌 비트코인이 세계 최대 경제권의 뒷받침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불편한 교훈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각 기관이 60일 안에 준비금 체계를 공식화하도록 했지만, 실제 출범 과정은 눈에 띄게 조용했고 세부 내용도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둘러싼 승리 선언식의 친(親)가상자산 수사와는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준비금을 “디지털 금을 위한 포트녹스(=연방 금괴보관소)”라고 묘사한 바 있다.
백악관은 비트코인 전략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지만, 의회 청문회에서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논쟁의 도마에 올랐다.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이 재무부가 납세자 돈으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지 물었고,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금 보유고를 활용해 비트코인을 매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럴(=납세자의 돈으로도, 금 보유고를 팔아 비트코인을 살) 권한이 없다”고 하면서 “전략적 준비금은 미국 정부의 자산이며, 정부가 처음에는 압수한 암호화폐 약 5억달러 어치를 보유했다가 그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지켜본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이번주 비트코인 급락에도 자신들의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쿠시 데사이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정부가 가격을 정하지 않는 자유시장 내 변동성은, 가상자산과 여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약속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비트코인 급락의 타이밍은 정치적으로도 난처하다. 트럼프와 그 측근들은 비트코인을 금의 디지털 대응물로서 전략적 미국 자산으로 자리매김시키려 해왔다. 그러나 준비금 설립 행정명령 이후 몇 달 동안, 글로벌 위기에 대한 헤지(위험회피)라는 비트코인의 거대한 서사(내러티브)는 송두리째 흔들렸다. 금이 지난해 3월 이후 69% 급등한 동안, 비트코인은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도 불구하고 ‘피난처 자금(safe-haven flows)’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대신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서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전략비축에 대해서도 다시 찬반 양론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회의론자로 유명한 힐러리 앨런 어메리칸유니버시티 워싱턴 로스쿨 교수는 “미국이 사실상 폰지 같은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실제로 활용하려 하면 가격이 하락할 것인 것 만큼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을 만들겠다는 시도는 처음부터 명백히 잘못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지지자들 중 일부는 최근 급락에도 불구하고 준비금 구상이 여전히 옳다고 주장한다. 디지털자산 운용사 아르카(Arca)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부가 보유할 전략 자산은 전략적 의미가 있어야 하고, 비트코인은 ‘화폐적 가치 저장 수단’에 가장 근접한 유일한 디지털 자산”이라며 “그 관점에서 (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비트코인 보유는 보관·관리와 보안 측면에서도 과제를 안기고 있다. 1월 연방 사법기관이 압수한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미 연방보안관(US Marshals Service)은 정부의 디지털자산 계정이 해킹됐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