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DB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추구를 위해 재단과 그 산하 회사들을 장기간 은폐했단 판단에서다. 공소시효를 고려해 고발 시기는 2021~2025년 5년간의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로 한정됐다.
문제가 된 재단 및 재단회사들은 형식적으로는 1999년 11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비영리법인의 계열편입 요건이 완화되면서 DB그룹에서 계열 제외됐지만, 실제로는 김 회장의 지배 아래 DB그룹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유지를 위해 반복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DB 측이 최소 2010년부터 재단회사들을 동원한 정황을 확인했으며, 2016년에는 재단회사 관리를 전담하는 직위까지 신설해 지배력이 본격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판단했다.
DB의 지배구조상 동일인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핵심계열사는 ‘디비아이엔씨’와 ‘디비하이텍’이다. 특히 디비하이텍은 DB 소속 비금융계열사 중 재무규모가 가장 크지만, 내부지분율이 23.9% 정도로 낮고 2023년 경영권 공격을 받은 적도 있어 김 회장 측이 내부지분율 유지에 민감한 상황이다.
이에 재단회사들은 디비하이텍의 재무 개선을 위해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와 디비월드 기업회생 절차 과정에서 자금 조달·유상증자에 동원됐다.
또 재단회사가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한 직후 같은 규모의 자본금으로 신규 DB 계열사를 설립하면서, 재단회사의 돈이 사실상 DB그룹 계열사 확장에 쓰였다는 점과 김 회장이 재단회사에서 220억원을 빌렸고 재단회사는 1년 후 이를 상환받은 직후 같은 금액으로 디비하이텍 지분을 취득해 사실상 재단회사가 김 회장의 ‘자금 조달 창구’처럼 쓰인 정황도 발견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거래와 의사결정이 독립 기업의 합리적 판단으로 보기 어렵고, 총수 일가의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실제로 일부 내부 자료에는 재단회사가 외견상 계열사가 아니어서 부당지원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인식이 담긴 표현도 포함돼 있었다.
은폐 정황도 다수 확인됐다. DB 측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는 재단회사들이 그룹 계열사와 함께 관리되는 내용이 담겼지만, 외부 배포용 조직도에서는 재단 계열을 점선 처리하고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재단회사들과 DB 계열사 간에는 장기간 자금·자산 거래와 인사 교류도 이어졌으며, 2024년 기준 재단회사 매출의 상당 부분이 DB 계열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위반에 대한 인식 가능성과 중대성이 모두 현저하다고 판단했다. 총수의 승인이나 보고 없이 재단회사들이 자금 조달·지분 확보·경영권 방어에 동원되기는 어렵고, 장기간 은폐를 통해 기업집단 규제를 회피한 점에서 위법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계열관계 판단에서 일반적인 지분율 요건이 아니라 동일인의 지배적 영향력 행사 등 이른바 ‘지배력 요건’을 객관적 증거로 입증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정자료 제출의 정확성을 지속 점검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자료=공정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