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줄이기 위해 쓴다"…불황에 '자동화·R&D' 돈 쏟는 식품업계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8일, 오후 02:49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식품업계가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해 미래를 향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내수 침체와 원가 부담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기업들은 지갑을 닫는 대신 오히려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대폭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의 어려움을 견디는 것을 넘어, 스마트 팩토리와 신사업이라는 미래 성장 엔진을 장착해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식품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자동화와 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사진= 풀무원)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식품산업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식품 제조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지표는 싸늘하게 식었다. 4분기 매출액 현황지수(BSI)는 95.0, 영업이익은 94.7을 기록했다. 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가 악화됐다고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5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도는 장기 침체 국면이다. 기업들은 경영 악화의 주원인으로 소비자의 지갑 닫힘(소비량 감소, 62.7%)을 꼽았다. 원자재 구입가격 지수 역시 117.6으로 고공행진 중이라 팔아도 남는 게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보고 있다.

2025년 4분기 식품산업 경기동향지수.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익성이 악화됐음에도 기업들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건비와 원가 부담을 낮추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실제로 4분기 설비투자 지수는 113.4를 기록하며 기준치를 훌쩍 넘겼다. 전문가들은 이를 인력난과 원가 부담을 타개하기 위한 공정 자동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기업들은 사람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실제 풀무원은 적자 위기 속에서도 올해 3분기까지 꾸준히 국내외 공장에 디지털 전환(DX) 투자를 지속해 왔다. 이러한 기조는 4분기에도 이어져, 충북 음성 등 주요 생산 기지의 자동화 고도화 작업이 한창이다. 오리온 역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연중 내내 생산 라인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꼬북칩, 젤리 등 고수익 제품 위주로 생산 설비를 재편하고, 데이터 기반의 재고 관리를 강화하며 상시적인 원가 혁신 체제를 가동 중이다.

R&D 투자 확대(105.2) 역시 기존 사업 모델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유업계의 남양유업이 대표적이다. 본업인 우유·분유 매출이 급감하자, 남양유업은 오히려 R&D 투자를 늘려 체질 개선에 나섰다. 성장성이 높은 식물성 음료(아몬드, 귀리)와 고령화 사회를 겨냥한 케어푸드(환자식)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생존형 포트폴리오 교체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호황기 투자가 공장 증설을 통한 양적 성장이었다면, 지금의 투자는 자동화와 신소재 개발을 통한 질적 생존에 집중돼 있다”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파고를 넘기 위한 식품업계의 처절한 생존기가 재무제표에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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