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과징금 규모는 총 2조원 안팎으로, 판매 규모가 가장 컸던 국민은행이 1조원대, 나머지 시중은행들이 3000억원대, SC제일은행이 1000억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제재심의위원회 논의가 마무리되면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홍콩 ELS 과징금으로 인해 은행의 생산적 금융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할 것”이라며 “제재심뿐 아니라 금융위 단계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과징금 부과 기조를 유지하되, 제재가 은행권의 여신 여력과 자본비율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조율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과징금의 파급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2조원대 과징금이 은행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제재 정당성과 비례성 문제를 제기했다. 은행권 역시 불완전판매 논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선제적 보상을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 기준 홍콩 ELS 투자자의 90% 이상이 자율 합의에 응했고, 누적 배상액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대규모 자율 배상에 이어 다시 2조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비례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며 “제재 논리가 법원 판단과 정면으로 충돌할 경우 향후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수로 떠오른 것은 최근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콩 H지수 ELS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과거 지수 변동 자료나 수익률 모의실험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손익의 귀속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책임이라는 취지다. 이 판결은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아온 ‘설명의무 위반’ 논리와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제재심 논의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다만 금감원은 해당 판결을 제재 기준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ELS에 반복적으로 투자해온 경험이 있고 투자금 규모도 컸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피해자와 동일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금감원은 특히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 체계에서는 설명의무가 법률상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어, 과거 자본시장법 적용 사례와는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에 대한 파장도 주목된다. SC제일은행의 경우 1000억원대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국내 소매금융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징금이 단순한 제재를 넘어 사업 구조 재편이나 철수 신호로 해석될 경우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일 열릴 제재심에서 과징금 규모가 대폭 조정되기보다는, 제재 논리를 얼마나 촘촘히 보강해 확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판결을 의식해 설명의무 적용 범위와 불완전판매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제재는 결론보다도, 향후 금융위 의결과 행정소송까지 염두에 둔 절차적 정당성 확보 과정에 가깝다”며 “3차 제재심은 사실상 마지막 정리 국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