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짜뉴스 논란’ 대한상의 감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상의는 공신력 없고 사실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은 정보를 유통해 국민과 시장, 정부 정책 전반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했다”며 “강한 유감을 넘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는 법정 민간 경제단체인 대한상의를 소관하는 주무 부처다. 산업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해당 보도자료의 작성·배포 경위와 사실관계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김 장관은 “관계 기관 및 주요 경제단체와 협력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구조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행정적 조치를 적극 강구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가짜뉴스”라며 “제대로 안 된 통계를 활용하여 보도자료를 생산·배포한 대한상의는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출처=이재명 대통령의 X 게시글)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상의 조사본부는 당일 이른 아침 ‘상속세수 전망 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는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의 조사를 인용해 연간 한국 고액자산가 순유출 잠정치는 2024년 1200명에서 지난해 2400명으로 급증했고, 이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한상의는 관계자 멘트를 통해 “50~60%에 달하는 상속세가 자본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보도자료 배포 당일 이 수치의 공신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비영리 조세정책 싱크탱크 택스폴리시어소시에이츠(TPA)가 이 데이터를 두고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대한상의 측은 “TPA의 반론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곧바로 보도자료를 수정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대한상의는 그 직후 공식 사과문을 통해 “외부 통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외부 박사급 전문가 등 더 확충해야”
임광현 국세청장은 8일 자신의 SNS에 별도 글을 통해 대한상의 보도자료에 대해 ‘팩트체크’를 했다. 임 청장에 따르면 한국인의 최근 3년 평균 해외이주 신고 인원은 2904명이고, 이 중 자산 10억원 이상 인원은 연평균 139명에 불과하다. 임 청장은 “대한상의가 인용한 보고서는 한국인 백만장자의 순유출이 지난해 2400명으로 최근 1년간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해외 이주자 중 10억원 이상 보유자의 인원과 증가율은 모두 사실과 매우 다르다”고 했다.
그는 “해외이주자 중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의 1인당 보유 재산은 2022년 97억원, 2023년 54억 6000만원, 2024년 46억 5000만원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3년 평균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한 사람의 비율을 보면 전체는 39%이나, 10억원 이상은 25%로서 전체 비율보다 오히려 낮다. 즉 재산이 많다고 해서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하는 경향성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경제단체들의 위상에 비해 조사·연구 환경이 다소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중장기적인 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자 2018년 5월 SGI(지속성장 이니셔티브)는 출범시켰는데, 현재 박사급 연구인력은 5명에 불과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상속세 관련 연구를 한 조사본부 등 일선 조직의 경우 박사급 인력은 거의 전무하다. 이 때문에 전문성 있는 외부 학계 인사들을 더 확충해 산업계 경험이 풍부한 내부 임직원들과 협업을 늘리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한 고위인사는 “개별 기업들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민감한 산업정책 등을 두고 앞장서 의견을 내는 게 경제단체들의 역할”이라며 “그러려면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조사연구 기능을 강화해 의견의 설득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