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도입으로 기존 퇴직금 제도는 점차 사라질 예정이지만, ‘일시금 수령’ 등 기존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는 지난 6일 기금형 퇴직연금을 활성화하고,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간 퇴직연금 수익률이 턱없이 낮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 방안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퇴직연금 연환산 수익률은 2.86%에 그친 반면, 국민연금 연환산 수익률은 8.76%에 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퇴직할 때 목돈으로 받는 ‘퇴직금 제도’와 사외 금융회사에 적립해 연금처럼 수령하는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퇴직금 제도의 경우 기업이 사내에 퇴직금을 적립하기 때문에 부도 등 문제가 생길 경우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는 퇴직연금 제도는 기업의 경영 상황과 상관없이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퇴직연금 의무화로 퇴직금 제도가 사라진다고 해도 중도 인출이나 일시금 수령은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은 만큼 노사정은 단계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를 추진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따르면 도입 대상 사업장 중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비율은 26.5%다. 이 중 300인 이상 사업장의 도입률은 92.1%에 달하는 반면 5인 미만은 10.6%에 그쳤다. 대기업 위주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영세 사업장 직원들은 여전히 퇴직금 체불 위험에 놓여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영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퇴직급여 사외적립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사업장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나 중도 인출 제한 등과 관련한 내용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1년 미만 근무 노동자와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 등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푸른씨앗 대폭 확대…“인프라 확충 등 필요”
노사정은 퇴직연금을 ‘규모의 경제’로 굴릴 수 있는 운용 주체로 총 3가지 형태를 허용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기금’ △복수의 특정 사용자가 연합해 공동 수탁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연합형 기금’ 등 2가지는 새로 도입한다.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기관 개방형 기금’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푸른씨앗은 현재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푸른씨앗은 공공기관이 운영한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이번 합의로 몸집이 커지는 만큼 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도입한 푸른씨앗은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2023년 4734억원에 비해 3배 넘게 늘었다. 푸른씨앗의 지난해 연수익률은 8.67%, 누적 수익률은 26.98%다. 국민연금과 비슷한 연수익률이다.
최경진 경상국립대 경영학부 부교수는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로 인한 푸른씨앗 가입 확대를 대비해 근로복지공단의 전담 인력을 늘리고, 연구 조직을 강화하는 등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며 “노동부가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중심으로도 감독이 이뤄지면서 정책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노동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감독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