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술창업 늘어도 투자금은 서울에…병목 풀어야 산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9일, 오전 10:40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지역에 기술은 있는데, 투자자와 후속자금이 서울에만 몰려 있습니다. 이 병목을 풀어야 지역 스타트업이 살고, 나라가 삽니다”

황우성 IPS벤처스 대표

카이스트(KAIST)와 유니스트(UNIST) 등 국내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기반으로 한 지역 스타트업이 늘고 있지만, 성장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여전히 쉽지 않다. 시드 이전 단계에서는 정부 과제나 보육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만~1억원 안팎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시리즈A로 넘어가는 순간 필요한 자금 규모는 수십억원 단위로 커진다. 이 단계에서 수도권 투자사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못한 창업팀은 기술 완성도와 무관하게 투자 검토 테이블에 오르기조차 어려워진다.

황우성 IPS벤처스 대표는 “투자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구조에서 지역 창업팀은 ‘좋은 기술’이 있어도 후속투자 연결이 특히 어렵다”며 “자본이 아래로 내려가 마중물이 되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실질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IPS벤처스는 초기 창업팀을 발굴해 투자하고, 보육·멘토링을 거쳐 후속투자까지 잇는 액셀러레이터(AC) 겸 벤처캐피탈(VC) 조직이다. 2018년 설립 이후 누적 포트폴리오는 약 80개, 운용자산(AUM)은 260억원 규모다. 지난해 서울에서 대전으로 본점을 옮겼고, 대구·경북에 딜소싱 조직을 구축해 지역 테크 기반 창업팀을 상시 발굴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황 대표는 서울이 아닌 지방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 풀이 일반적 인식보다 더욱 크다고 말했다. 그는 “카이스트(KAIST), 유니스트(UNIST), 포스텍(POSTECH), 지스트(GIST)처럼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 성과가 꾸준히 쌓이고 있다”며 “국립대와 특수대학을 기반으로 교수·연구자, 청년 창업자들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기술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술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제한적이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황 대표는 “연구 성과 자체는 충분한데,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만들고 제품과 조직을 키워가는 과정이 비어 있었다”며 “교수님들이 20~30년간 연구해 온 기술도 기술이전 계약으로 정리되고 나면 이후 단계는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기술을 넘기는 주체와 사업을 키우는 주체가 분리돼 있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IPS벤처스는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컴퍼니빌딩 방식의 액셀러레이팅을 병행하고 있다. 기술을 보유한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사업 구조를 설계하고, 창업팀 구성과 초기 조직 구축까지 함께 들어가는 방식이다. 황 대표는 “초기 단계에서 사업의 뼈대를 함께 만들지 않으면 이후 투자를 받아도 성장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지역에서는 이 역할을 맡는 민간 주체가 특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근 IPS벤처스가 충북 청년창업사관학교 운영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충북 청년창업사관학교는 투자 연계형, 민간 주도형 트랙으로, 업력 3년 이하 사업자 32개사를 선발해 교육·멘토링과 함께 투자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선발 기업에는 정부 지원금이 제공되며 IPS벤처스도 별도 재원을 통해 투자를 검토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또한 지역 창업팀일수록 해외 진출을 이른 시점부터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봤다. 국내에서는 시드 이후 후속투자 연결이 끊기는 순간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인 만큼, 사업 초기부터 시장과 자본을 동시에 해외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특히 일본을 중요한 출발점으로 꼽았다. 일본은 대기업 산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구조로, 지난해부터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관심도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투자 시장 접근성을 고려한 일본 진출 외에도 개발 인력 측면에서 중요한 거점으로는 말레이시아를, 기술 경쟁력을 기준으로 한 선택지로는 중국 역시 고려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일본에서 통했다는 레퍼런스를 만들면 동남아등 다른 국가들에서 신뢰가 더욱 빠르게 붙는다”며 “일본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IPS벤처스는 지난해부터 일본과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프로그램 및 기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지역에서든 어디서든, 끝까지 투자하고 엑시트까지 책임지는 전문 민간 주체가 있어야 생태계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기술과 창업자는 이미 충분히 있다”며 “이들을 제대로 키워내는 구조를 만드는 게 지금 지역 벤처 생태계가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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