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2026.2.6 © 뉴스1 박정호 기자
국세청이 국민 먹거리와 생필품 가격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정당한 세금을 회피한 탈세 업체들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나섰다. 이미 조사를 마친 업체들로부터는 1800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추징했으며, 최근 검찰 수사로 확인된 밀가루 담합 업체 등을 포함한 14개 업체에 대해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3차에 걸쳐 실시한 물가 불안 야기 탈세자 조사 결과, 1차 조사 대상 53개 업체에 대해 총 1785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날부터 14개 업체를 대상으로 4차 세무조사에도 전격 착수했다. 이번 조사 대상의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5000억 원 규모다. 주요 조사 대상은 최근 검찰 수사에서 6조 원대 담합 혐의로 기소된 밀가루 가공업체를 포함해 간장·고추장 제조업체, 할당관세 혜택을 사적으로 편취한 첨가물 유통업체 등이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인 밀가루 가공업체 A사는 '사다리 타기'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담합해 제품 가격을 44.5%나 올린 혐의를 받는다. A사는 담합 업체끼리 가짜 계산서를 주고받으며 원가를 부풀려 담합 이익 800억 원 이상을 축소 신고했다.
심지어 A사는 사주 일가의 사적인 비용까지 회사가 부담했다. 조사 결과 이 업체는 사주 일가의 장례비와 사주 소유의 스포츠카 수리비 등을 회사 경비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주 일가에게 인건비 70억 원을 과다 지급하고,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80억 원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제품가를 인상한 장류(간장·고추장) 제조업체 B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B사는 가격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300% 폭증하자, 늘어난 이익을 세금 없이 빼돌리기 위해 꼼수를 썼다. 사주 자녀가 운영하는 법인으로부터 시중가보다 비싸게 포장 용기를 매입(20억 원)하거나, 고액의 임차료(15억 원)를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이익을 분여했다. 또 실제 운영하지 않는 해외 연락사무소에 운영비를 송금해 사주 일가의 해외 체재비로 유용하게 했다.
이미 조사가 종결된 1차 조사에서는 주류와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등의 탈세가 적발됐다. 1차 조사에서 추징된 1785억 원 중 상위 3개 독과점 업체의 추징액만 약 1500억 원에 달한다.
적발된 주류 제조업체는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판매점에 리베이트 1100억 원을 지급하고 이를 광고선전비로 변칙 회계 처리했다. 또 특수관계법인에 구매대행 수수료 450억 원을 과다 지급해 이익을 나눴다.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업체 역시 특수관계법인에 물류비 250억 원을 과다 지급해 제품 가격 인상을 유발했다.
이 밖에도 이용료를 20% 인상하면서 각종 비용을 허위로 신고해 5년 동안 1년 매출액의 97%를 탈루한 장례식장 운영 업체도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고의적 탈루 혐의가 짙은 12개 업체에 대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안 국장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 조사로 담합과 독과점 행위가 확인된 업체는 즉시 조세 탈루 여부를 분석해 신속히 대처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통해 국민이 나아진 삶을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