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결정 임박…루센트블록 “창업 2647일 물거품 위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9일, 오후 01:23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사업자를 이르면 금주에 확정하는 가운데, 탈락·폐업 위기에 처한 STO 1호 기업인 루센트블록의 최고경영자(CEO)가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허세영 대표는 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치를 위해 쌓아온 2647일…한순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고 “지난 7년의 도전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한 번만 더 귀 기울여 살펴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면서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열어 한국거래소·코스콤(KD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NXT) 컨소시엄을 STO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증선위 결정대로 확정되면 지난 7년여간 관련 STO 사업을 해온 루센트블록은 탈락하게 된다.

국내 1호 토큰증권발행(STO) 기업 루센트블록의 허세영 대표는 지난 20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금융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목숨을 걸고 사즉생의 각오로 50만 고객들을 지키는 게 1순위"라고 강조했다. 회사명 루센트블록은 투명한, 빛나는 뜻의 루센트(lucent)와 벽돌, 블록체인 뜻의 블록(block)을 결합한 것으로 빛처럼 투명한 블록체인 거래를 하겠다는 의미다. (사진=루센트블록)
대전에 본사를 둔 루센트블록은 2018년 금융위에서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충청권에서 유일한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이다. 현재까지 50만명의 이용자와 누적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금융사고 없이 발행·유통해 왔다. 그동안 758개 규제 샌드박스 참여 기업 중 해당 사업을 최초로 시작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STO 스타트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조각투자 허가 문제는 어떻게 됐어요”라고 질문한 뒤 “인허가 절차에 대해서는 의심도 많고 걱정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투명하게, 공정하게, 떨어지는 사람은 무조건 억울하다고 생각하니까 최대한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합리적 기준에 따라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14일·28일 정례회의에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신중 검토 중이다. 이르면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루센트블록이 탈락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혁신 정책·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하자 “말씀하신 사항, 취지를 충분히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어 “심사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진행 중”이라며 “지적 사항, 취지를 꼼꼼히 짚어보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허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혁신가들의 아이디어 장려 측면에서 제도를 원활히 하도록 제도개선을 해보겠다”며 규제 샌드박스 제도개선을 예고했다. 허 의원은 “인허가 단계에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인허가 단계에서도 샌드박스 혁신 기업이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받고 인허가를 쉽게 얻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허세영 대표는 9일 페북에서 이번 사태 관련해 “회사는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지만, 결과가 나올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며 “이 문제가 단지 한 기업의 생존 문제로만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규제 샌드박스를 믿고 도전했던 수많은 팀들이 제도화의 순간에 어떤 대우를 받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허 대표는 “우리는 특혜를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우리가 감내한 시간과 위험, 그리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시장 위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요청드리고자 한다”고 당부했다.

허 대표는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 이 문장이 구호로만 남지 않도록, 지난 7년의 도전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한 번만 더 귀 기울여 살펴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면서 글을 끝맺었다. 다음은 허 대표의 페북 글 전문이다.

루센트블록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에 본사를 둔 루센트블록은 2018년 금융위에서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돼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충청권에서 유일한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이다. 허세영 대표는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변방에서 역사를 만든 실리콘밸리 신화처럼 충청권 유일한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으로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허세영 대표 페북)
<가치를 위해 쌓아온 2,647일… 한순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루센트블록은 자산을 쪼개 누구나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조각투자 스타트업입니다.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 이 꿈을 이루고자 회사를 시작한 지 2647일, 약 7년이 흘렀습니다. 이상적이지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도전하면 실현할 수 있는 미래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 7년의 도전이 지금,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루센트블록은 조각투자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개척자로, 한편으로는 실험체로 하루하루 노력한 결과 시장성을 결국 증명했고 제도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실험을 가장 먼저 수행한 우리는 제도화 과정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7년 동안, 잘될 거라는 확신보다는 “그래도 누군가는 이걸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버텼습니다. 그 시간 동안 투입된 자금은 350억 원이 넘었고, 수많은 구성원과 투자자들이 그 과정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그 비용을 통해 시장성을 증명했지만, 그 성과와 기회는 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게 돌아갈 위기입니다.

금융위원회의 공식 발표가 두 차례나 미뤄지는 동안, 회사는 불확실성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50만 명의 고객분들, 함께해온 직원들, 그리고 이 문제에 공감해 주신 동료들과 선배들 덕분입니다.

회사는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지만, 결과가 나올때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왔고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솔직하게 기록한 글입니다. 지난 7년의 도전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한 번만 더 살펴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조각투자 허가 문제는 어떻게 됐어요라고 질문한 뒤 인허가 절차에 대해서는 의심도 많고 걱정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투명하게, 공정하게, 떨어지는 사람은 무조건 억울하다고 생각하니까 최대한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합리적 기준에 따라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전주방송)
-창업의 동기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군복무를 했습니다. 복무를 마칠 즈음 건강 문제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고, 삶이 끝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제 가치관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남들의 시선과 ‘좋아 보이는 삶’을 좇기보다, 작게나마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원 시절 성수동의 한 소셜벤처에서 재능기부 봉사를 하며, 도시 재생의 이면을 가까이서 보았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건물주, 가치를 만들어가는 임차인, 그 공간을 찾는 소비자. 이 세 주체가 함께 상생할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이 시작이었습니다.

몇백억 원이 없어도, 몇백만 원으로 자산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부동산을 포함해 극소수만 누려온 자산의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 수 있다면 어떨까.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이 문제를 풀어보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샌드박스 승인 전(2018~2021)

처음 약 2년 반은 오롯이 규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에 쏟았습니다. 기술만 잘 만들면 되는 줄 알았지만, 이 사업의 본질은 명백한 규제 사업이었습니다.

당시 막 태동하던 규제 샌드박스 제도 아래에서 금융위원회와 핀테크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수차례 도전했습니다. 금융사와의 파트너십을 위해 무작정 본사 로비를 찾아가 기다리기도 했고, 약속이 취소되는 일도 잦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사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법률 검토를 도와주신 한 변호사님은 “지금 지불할 수 있는 금액만 적어 달라”고 하셨고, 초기부터 도움을 주신 한 분은 “잘되면 사회에 갚으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그 조언을 계기로 회사 정관에 사회 환원 조항을 명시했습니다.

한 차례 샌드박스 신청이 거절되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와 정부청사 대기실에 머물며, 담당자들을 직접 찾아 개선점을 물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 STO 구조의 기반이 되는 계좌관리기관·예탁결제원 중심의 인프라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고, 2021년 4월, 마침내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허세영 대표는 "758개에 달하는 규제샌드박스 참여 기업 중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지난 7년간 본래의 사업 모델을 지키며 생존해 온 사실상 유일한 스타트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샌드박스 승인 후(2022~현재)

샌드박스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규제로 인해 시도하기 어려운 혁신을 시험해보고, 그 실험이 소비자 보호와 시장성 측면에서 검증된다면 제도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약속을 믿고 수백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을 검증했습니다. 거래 기능 구현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발행과 유통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이었고, 모든 기준과 책임을 바닥부터 함께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서비스 ‘소유’를 통해 약 50만 명의 고객, 11개 자산의 유동화, 부동산 거래 기준 7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했습니다. 같은 기간, 장내거래소로서 샌드박스를 수행한 한국거래소에서는 단 한 건의 거래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은 검증되었고, 제도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등 대규모 공적·준공적 기관들이 경쟁 주체로 등장했고, 루센트블록은 제도권 진입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 주체는 해당 사업에 직접 진출하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루센트블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참여를 논의하며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했고, 그 과정에서 사업 구조와 운영 관련 정보에 접근하였습니다. 이후 우리의 파트너사에게도 접근하며 독자적인 진출을 추진했고 경쟁 주체로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규제 샌드박스 제도 하에서 형성된 신뢰와 약속이 제도화 과정에서도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루센트블록이 2022년 부동산 조각투자 공모를 진행한 안국 타우너(53억원사진 왼쪽부터), 이태원 새비지가든(68억원), 대전 창업스페이스(9억1000만원) 모습. (사진=루센트블록)
2018년에 창업한 루센트블록은 하나증권,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협업해 금융위의 STO 가이드라인에 맞는 서비스 구조를 업계 최초로 구축했다. (사진=루센트블록)
-우리가 요청드리고 싶은 단 한 가지

지난 7년간 루센트블록은 수많은 불확실성과 손실을 감내하며 이 시장을 지켜왔습니다. 실패의 책임을 떠안는 것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것도,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제도화를 기다리는 것도 모두 우리의 몫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실험이 누군가에게는 실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루센트블록은 회사의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 문제가 단지 한 기업의 생존 문제로만 보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규제 샌드박스를 믿고 도전했던 수많은 팀들이 제도화의 순간에 어떤 대우를 받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특혜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감내한 시간과 위험, 그리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시장 위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요청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 이 문장이 구호로만 남지 않도록, 지난 7년의 도전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한 번만 더 귀 기울여 살펴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

허세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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