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매립형 손잡이, 글로벌 안전 논란 확산…국내 규제 가능성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9일, 오후 07:22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전기차의 대표적 디자인 요소로 꼽혔던 매립형(플러시) 도어 손잡이를 둘러싼 안전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비상 상황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갇히는 위험을 이유로 2027년부터 매립형 손잡이를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안전 규제를 발표했다. 해당 규정은 모든 신차에 기계식 레버식 손잡이 설치를 의무화하고, 기존 승인 차량도 2029년까지 설계를 변경하도록 요구한다.

테슬라 모델Y 매립형 손잡이. (사진=블룸버그)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매립형 손잡이 금지 규정을 처음 도입한 가운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테슬라 외부 도어 손잡이 결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안전성 문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테슬라 도어 작동 불능과 관련한 사고로 최소 15명이 숨진 영향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한 샤오미 전기차 ‘SU7’ 화재 사고 당시에도 전원 차단으로 손잡이가 작동하지 않아 탑승자가 탈출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매립형 손잡이는 테슬라가 2012년 모델S에 처음 적용하면서 보급이 확대됐다. 전기차의 공기저항을 줄이고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차량 전원이 차단될 경우 손잡이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내부 수동 개폐 장치 위치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이 안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최근 ‘자동차 문손잡이 안전 기술 요구’를 발표하고 차량 내·외부에 기계식 문 열림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해당 규제는 외부 손잡이의 조작 공간과 내부 손잡이의 가시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며, 전동식 손잡이 대신 물리적 조작이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새 기준에 따르면 중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최소 가로 6㎝, 세로 2㎝, 폭 2.5㎝ 규모의 오목한 공간을 확보하거나, 동일한 규격의 손잡이가 외부로 돌출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미 디자인 승인을 받았거나 출시를 앞둔 모델의 경우에도 2029년 1월까지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이로 인해 중국 현지 업체를 포함한 다수 전기차 제조사가 설계 변경을 검토 중이며, 차량당 수백만 위안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규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은 아직 직접적 금지 규정은 없지만, 조사 확대와 결함 평가를 통해 안전 기준 강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향후 NHTSA 조사 결과에 따라 제품 리콜이나 규제 조치 가능성이 남아 있다. 유럽연합(EU)도 직접 규제안은 없지만 안전 규정은 비상 상황에서의 장치 인식성과 기능성을 요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규제 강화 가능성이 존재한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 산하 자동차기술기준조화포럼은 전자식 문 손잡이에 대한 안전 관련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차량 승인기관은 테슬라 손잡이 설계가 구조 접근성 기준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규제 당국의 점검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비상 탈출성과 구조 편의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매년 실시하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 지난해 ‘충돌 후 탈출·구출 안전성’ 항목을 신설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내 규제가 강화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상위법과의 충돌 가능성과 함께 해외 제조사들과의 통상 마찰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존한다.

우리나라 규제 당국은 국제 기준이 채택되면 관련 규제 의무화 등을 검토할 예정이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UNECE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해당 기준이 국제 기준이라 논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국제 기준이 채택되면 관련 규제 의무화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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