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빗장 풀린다…컬리·오아시스 여파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09일, 오후 07:26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컬리와 오아시스마켓 등 새벽배송 업체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움직임을 예의주시 중이다. 쿠팡의 독주 견제를 명분으로 한 정책이지만, 전국 점포망을 갖춘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에 참전할 경우 그 여파가 적잖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양사의 사업 환경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는 택배 분류 작업 (사진=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당정청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를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방향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당장 대응에 나서기보다 실제 제도 변화 가능성과 시장 파급력을 검토 중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그간 새벽배송을 경쟁력으로 삼아온 업체들의 경쟁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의 명분은 대형마트를 키워 쿠팡의 독주 구조를 견제하겠다는 데 있다. 당정청은 지난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의 심야 영업제한 시간(자정~오전 10시)에 전자상거래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도 심야 시간대 온라인 주문에 따른 포장·반출·배송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새벽배송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워온 전문업체들의 상대적 입지다. 컬리는 프리미엄 신선식품과 새벽배송을 결합한 모델로 시장을 개척했고, 오아시스마켓은 유기농·친환경 상품을 앞세워 충성 고객층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유사한 배송 시간대에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배송 속도에서 가격과 상품 구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배송 속도라는 전문몰의 핵심 차별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규제 완화의 핵심은 대형마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도 이마트는 SSG닷컴을 통해 별도 물류센터 기반 새벽배송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와 SSM이 운영하는 약 1800개 점포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배송 범위 확대 측면에서 구조적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수도권 물류센터 집중 새벽배송 업체들과 비교하면, 인력과 시스템만 갖춰질 경우 단기간에 전국 단위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두 업체가 검토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민감한 변수로 꼽힌다. 핵심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낮아지고,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컬리는 2021년 프리IPO 당시 4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지만, 이후 장외시장에서의 추정 시가총액은 한때 5000억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반등과 하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2023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철회한 뒤, 지난해 티몬을 인수했으나 인수대금(116억원)에 정상화를 위한 추가 투자(500억원)까지 더해 총 616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새벽배송의 차별성마저 희석될 경우 성장 스토리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아직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곧바로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에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새벽배송은 인건비와 운영 비용 부담이 큰 구조인 데다, 퀵커머스와 당일배송 서비스가 확산되며 소비자 선택지가 이미 크게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제도 문턱을 넘더라도 대형마트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현재 업체들의 경계심은 부쩍 높아진 분위기다. 컬리는 이날 오후 3시 이전 주문 시 자정 전 배송하는 ‘자정 샛별배송’을 도입했다. 기존 새벽배송에 당일 밤 도착 옵션을 더해 하루 두 차례 배송을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컬리 측은 물류 효율화 차원 조치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티몬 리오프닝과 연계한 새벽배송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는 경쟁 불균형을 조정하려는 취지지만, 쿠팡보다 오히려 컬리나 오아시스마켓처럼 새벽배송에 특화된 업체들이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업체들은 신선식품 새벽배송이 사실상 핵심 경쟁력인데, 대형마트가 시장에 뛰어들 경우 가격과 품목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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