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주도하는 확장 재정 정책, 이른바 '사나에노믹스'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당분간 엔저(低)와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내각의 확장 재정이 엔화 가치를 끌어내려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는 한편,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한국 시장의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비롯한 한국 정부의 재정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엔화 약세에 원화 동조 가능성…수입 물가·수출 경쟁력에도 영향
전문가들은 원화가 엔화의 약세 흐름을 추종하는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카이치 총리가 주창하는 대규모 재정 지출과 금융 완화는 필연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발하는데, 이 같은 흐름이 원화 가치를 동반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중의원 선거 결과로 확장적인 재정지출에 대한 우려는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일본 국채 금리가 상승할 수 있으며, 엔화 약세에 연동해 원화도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소폭 하락한 1460원대 중반에 거래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일본 총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재정 기조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는 재차 엔화와 원화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엔화와 원화의 연계성이 매우 높아졌는데, 특히 엔화가 약세일 때 원화가 이를 따라가는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며 "단기 급등락은 진정되더라도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되는 흐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구조적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을 밀어 올려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 엔화 약세 폭이 커진다면 한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확장 재정 가속화로 엔저가 지속되면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또한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우리 수출 기업들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제품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향후 엔화 약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엔화는 향후 다카이치 내각의 정책보다는 일본은행 통화정책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본다"며 "일본 금리가 오르면 엔화에는 강세요인인 만큼, 원화에도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6.2.4 © 뉴스1 안은나 기자
日 채권 약세에 동조 흐름…'벚꽃 추경'에도 영향 가능성
환율보다 더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금리다. 다카이치 내각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적자 국채를 대거 발행할 경우, 일본 국채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전 세계 채권 금리를 끌어 올리는 요인인 동시에, 한국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을 이탈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민당의 압승으로 개헌 발의선이 확보되면서 공격적인 재정 확대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금리와 일본 금리의 동조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본발 재정 리스크가 부각되면 국내 시장 금리 또한 상승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도쿄 채권시장에서는 장기물 금리가 급등세를 보인바 있다. 이날 오전 한국 국고채 시장에서도 3년물 금리는 2bp(1bp=0.01%) 상승해 3.25%를 넘어섰다.
이같은 흐름은 최근 고개를 드는 '벚꽃 추경'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추경에서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대외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돈을 푼다는 신호 자체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내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석 교수는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한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채 금리 상승은 회사채와 대출 금리 상승도 동반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