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플랫폼노동조합원들 및 배달 라이더들이 지난해 7월 라이더 대행진에서 최저임금 보장 및 안전배달료 도입 등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뉴스1 이동해 기자
플랫폼 노동자·특수고용·프리랜서 등 고용 형태가 다변화되는 가운데, '누가 노동법의 보호 대상인가'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고용노동부는 10일 한국노동법학회와 공동으로 공개 토론회를 열고, 변화한 노동 현실에 맞는 법·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근로자 여부 판단 이전에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과 근로자성을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입증하도록 전환하는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 필요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근로기준법 중심의 기존 체계로는 새로운 노동 형태를 포섭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이날 토론은 한국노동법학회 회장인 김홍영 성균관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노사, 전문가 등 토론자들은 법안의 법리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한편 여러 유형의 노동 현실을 고려해 법안의 현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의견을 나눴다.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는 발제에서 현행 근로기준법 중심의 노동법 체계가 플랫폼 종사자·특수고용·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을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산업·기술 변화로 노동 형태가 빠르게 다변화되는 상황에서,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싼 개별 분쟁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노동 보호의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를 특정한 고용형태에 한정된 권리가 아니라 '모든 일하는 사람의 일할 권리'로 확장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제안한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은 근로기준법을 대체하는 법이 아니라, 기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출발점이 되는 기본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해당 기본법은 임금·안전·차별금지·인격권 보호·사회보장 접근권 등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공통의 권리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이후 개별 법률 개정과 정책 설계를 이끄는 정책 지침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의 성격상 다소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는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적극적 집행 의지와 후속 입법이 병행될 경우 실질적 보호 수준을 끌어올리는 제도적 토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권오성 연세대 교수는 '근로자성 판단 책임이 노동자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돼 있다'는 점을 근본 문제로 제기했다. 실제로 실질적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통해 근로자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산재보험·고용보험 등 기본적 보호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계약 형식이나 명칭과 무관하게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반증하도록 입증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새로운 노동자 유형을 만드는 제도가 아니라, 근로자 오분류를 바로잡기 위한 교정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최근 노동 현실에서는 인적 종속성보다 경제적 종속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기존 근로자성 판단 기준이 오히려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를 배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 추정제도는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과 결합될 때 제도적 실효성이 커질 수 있으며, 개별 노동관계법으로 포섭되지 않는 노동자 보호의 공백을 메우는 핵심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다만 제도 도입 과정에서 적용 범위, 사업자 책임 범위, 기존 노동법과의 관계 정립 등 세밀한 입법 설계가 필요하며, 근로자 추정제도가 기존 노동법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도는 새로운 노동형태 확산이라는 현실과 법·제도 사이의 구조적 공백을 채워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밝히며 "현재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