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슈가 미국 현지에 짓는 ‘테네시 통합 제련소 투자 결정’을 기점으로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한미 자원 안보 동맹’을 꾸준히 추진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뚝심 경영이 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이 맞붙은 수십 건의 소송전이 진행 중인데다 올해 주총에서의 이사회 장악을 둘러싼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MBK와 영풍이 체결한 콜옵션 계약이 오는 10월에 행사될지 여부도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9명으로 최 회장 측 인사가 15명(직무정지 4인 포함), 영풍·MBK 측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6명은 3월 16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의결권을 소수에게 몰아주는 집중투표제를 고려해도 이사 선임 배분은 최 회장 측 3인, MBK·영풍 측 3인으로 갈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직무정지 인사들을 제외한 실질적인 이사회 구성원 15명은 고려아연 9명 대 영풍·MBK 측 6명으로 재편돼 이사회 과반은 고려아연이 여전히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기가 만료되는 6명 중 5명은 최 회장 측 인사인데, 사외이사 자리엔 미국 정부와 합작한 크루셔블 JV 측 인사가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려아연이 미국과 사실상 안보 동맹을 맺게 되면서 미 정부 측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인수한 니르스타 클락스빌 아연 제련소 전경 .(출처=나르스타 제련소)
아직 수면 아래 있지만 콜 옵션 계약도 논란거리다. 과거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24년 9월 MBK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특정 조건(이사회 과반 점유 또는 2024년 10월 14일 주식공개매수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이 되는 날 중 빠른 시점)에서 매입할 권리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해당 주식은 고려아연 지분율이 약 12%에 해당하는 257만주로 영풍이 이를 10월에 행사할 될 경우 MBK와 동맹 관계를 끊고 대립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영풍 입장에서는 고려아연 주식이 줄게 되면 배당 수익이 줄고 지배력이 급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콜 옵션 계약 관련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해당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주식 가격을 감안하면 대략적으로 차익이 100% 이상이라 MBK가 행사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주주들에 대한 배임 논란이 확산하며 분쟁이 완전히 새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