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고려아연 분쟁…이사회 구성·신주 가처분·콜옵션 ‘뇌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0일, 오후 04:31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핵심광물 이슈는 더 이상 단순한 산업·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산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슈가 미국 현지에 짓는 ‘테네시 통합 제련소 투자 결정’을 기점으로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한미 자원 안보 동맹’을 꾸준히 추진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뚝심 경영이 통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이 맞붙은 수십 건의 소송전이 진행 중인데다 올해 주총에서의 이사회 장악을 둘러싼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MBK와 영풍이 체결한 콜옵션 계약이 오는 10월에 행사될지 여부도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 측은 오는 3월 중순 께 진행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6명의 이사회 자리를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9명으로 최 회장 측 인사가 15명(직무정지 4인 포함), 영풍·MBK 측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6명은 3월 16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의결권을 소수에게 몰아주는 집중투표제를 고려해도 이사 선임 배분은 최 회장 측 3인, MBK·영풍 측 3인으로 갈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직무정지 인사들을 제외한 실질적인 이사회 구성원 15명은 고려아연 9명 대 영풍·MBK 측 6명으로 재편돼 이사회 과반은 고려아연이 여전히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기가 만료되는 6명 중 5명은 최 회장 측 인사인데, 사외이사 자리엔 미국 정부와 합작한 크루셔블 JV 측 인사가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려아연이 미국과 사실상 안보 동맹을 맺게 되면서 미 정부 측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인수한 니르스타 클락스빌 아연 제련소 전경 .(출처=나르스타 제련소)
주총 이후엔 소송전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르면 4월 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취소 소송이 가장 먼저 결론이 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2023년 현대차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한 신주 발행 취소 소송 관련 2심 결과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6월 고려아연이 외국인 합작법인이 아닌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한 것은 “정관을 위반한 사안”이라며 영풍 측의 손을 들어줬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현대차를 상대로 지분 5%를 확보하도록 한 것은 경영권 지배를 위한 우호지분을 확보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심에서 또다시 법원이 영풍 측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상고심이 진행될 가능성도 높은데다 현대차가 의결권 행사에 있어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결권을 좌우할 주요 이슈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아직 수면 아래 있지만 콜 옵션 계약도 논란거리다. 과거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24년 9월 MBK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특정 조건(이사회 과반 점유 또는 2024년 10월 14일 주식공개매수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이 되는 날 중 빠른 시점)에서 매입할 권리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해당 주식은 고려아연 지분율이 약 12%에 해당하는 257만주로 영풍이 이를 10월에 행사할 될 경우 MBK와 동맹 관계를 끊고 대립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영풍 입장에서는 고려아연 주식이 줄게 되면 배당 수익이 줄고 지배력이 급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콜 옵션 계약 관련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해당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주식 가격을 감안하면 대략적으로 차익이 100% 이상이라 MBK가 행사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주주들에 대한 배임 논란이 확산하며 분쟁이 완전히 새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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