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연세대학교 「인구와 인재 연구원」 공동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 교수는 미국 지역별 온라인 구인공고 데이터를 활용해 고령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령화가 심한 지역일수록 기업의 자동화 투자와 자본 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지역에서는 단순 업무 중심의 채용이 줄어든 반면, 전문 기술이나 경험을 요구하는 직무에 대한 채용은 늘어났다. 구인공고에 나타난 학력과 경력 요구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흐름이 확인됐다.
AI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의 비중 역시 증가했다.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기계와 기술을 운영·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더 필요로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고령화로 자동화가 확산된다고 해서 전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노동시장은 축소되기보다는 고숙련 인력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데이터를 활용한 추가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산업용 로봇 도입이 늘어난 지역에서도 전체 고용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고, 일부 산업에서는 오히려 고용이 증가했다. 이는 자동화가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인 결과로 분석됐다.
다만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의 과제도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AI 확산으로 변호사·회계사 등 고급 직무에서도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청년층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초기 진입 기회가 좁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적으로 △대학 교육 단계에서 AI 개발뿐 아니라 활용 역량을 키우는 실무 중심 교육 강화 △로봇과 자동화 도입에서 뒤처진 중소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기술 격차 완화를 위한 지원 △청년층이 초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고령화와 자동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일자리 수가 아니라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교육과 인력 정책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