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베팅서 구조화로”…바이오 투자서 부상하는 ‘뉴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0일, 오후 07:35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최근 자본시장에서 뉴코(New Company) 모델이 투자와 거래 구조를 설계하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코는 바이오 기업 등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특정 자산이나 사업, 지식재산권(IP)을 이전한 뒤 투자자 지분 참여와 권리 구조를 다시 짜는 방식이다.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는 전통 거래와 달리 자산 단위로 리스크와 권리를 구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미·중 갈등 속 바이오 뉴코 전략에 속도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뉴코 구조가 확산하면서 제약·바이오를 바라보는 국내외 투자사들의 접근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일 법인에 연구개발 비용과 임상 리스크가 함께 묶여 있어 벤처캐피털(VC)과 같은 투자사 입장에서 손실을 통제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핵심 파이프라인을 신설 법인에 담는 구조가 늘면서 투자 판단 단위가 기업 전체에서 개별 자산으로 이동하고 모습이다. 자본시장에서 바이오 투자가 ‘베팅’에서 ‘구조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으로는 중국이 꼽힌다. 미·중 갈등으로 자본 이동과 기술 거래 환경이 복잡해진 가운데 중국 바이오 기업들은 핵심 자산을 별도 법인에 담아 해외 투자자 참여와 글로벌 개발 경로를 동시에 확보하는 뉴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2024년 중국 항서제약이 있다. 항서제약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별도 법인인 ‘헤라클레스 CM 뉴코’로 이전하고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약 4억달러(약 58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회사와 연구개발 자산을 분리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임상 리스크를 자산 단위로 관리하도록 구조를 다시 짠 셈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구조적 대응 전략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뉴코는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자산과 권리를 재배치해 투자자를 태우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으며, 중국 오리진 자산이 글로벌 투자 구조로 편입되는 통로 역할도 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국도 확산…글로벌 뉴코 생태계로 연결

한국에서도 바이오 자산이 글로벌 뉴코 생태계 안에서 재조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기술이전 이전 단계에서 핵심 파이프라인을 별도 법인에 담아 거래 구조를 설계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아이엔테라퓨틱스가 거론된다. 대웅제약 신경질환 연구조직에서 분리된 이 회사는 비마약성 진통제 파이프라인을 통증 전문 개발사 '니로다'에 기술이전했다. 업계에서는 니로다가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그룹 PHP가 설계한 뉴코라는 점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한국 오리진 파이프라인이 단순 기술이전 대상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투자자가 구조를 설계한 신설 법인 안으로 편입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디앤디파마텍 자산이 해외 뉴코 구조에 편입된 사례도 있다. 비만·대사질환 계열 자산이 전문 개발 법인 멧세라 안으로 들어가 글로벌 개발 트랙을 밟았고, 이후 대형 거래로 이어지면서 자산 단위 구조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내 기술이 단순 라이선스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투자자가 설계한 개발 플랫폼 안에서 운용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기업 전체 지분 매각이나 단순 라이선스 계약과 달리, 특정 자산을 중심으로 법인을 새로 설계해 투자자 참여와 권리 구조를 다시 짰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해당 법인에 참여해 자산 단위 성과를 공유하고, 모회사는 리스크를 분리하면서도 성공 시 업사이드를 확보하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실제 국내 VC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바이오 심사역은 "과거 바이오 투자가 블라인드 베팅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뉴코 구조를 통해 리스크를 구획하고 회수 경로까지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투자를 피하기보다 구조를 설계해 접근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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