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내부통제나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지분 규제에 대해선 정면 충돌할 전망이다. 여당은 전 코인거래소의 대주주 지분 규제를 하는 법안 처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은 위헌적인 초유의 규제라며 법안 처리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빗썸 사태 관련해 보고를 받고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도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금융위·금감원과 빗썸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빗썸 사태 관련해 정확하게 현황을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문 의원은 “빗썸 오지급 사태 및 개선과제를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장점검반을 급파해 사고 경위와 내부통제 미비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0분쯤 뒤 사고를 인지한 빗썸은 출금을 차단해 오지급한 비트코인 중 99.7%에 해당하는 61만8212개를 회수했지만, 다른 거래소를 통해 이미 매도된 125개(123억원)는 회수하지 못했다. 일단 빗썸은 회사 보유자산을 투입해 매도 물량을 메웠고, 저가 매도로 피해를 본 고객에 대해 110% 보상하는 한편 1000억원 규모로 고객보호펀드도 조성하는 등 보상 대책을 내놨다.
사고 다음날인 7일 금융위·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이재원 빗썸 대표를 불러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당국은 빗썸을 우선 점검한 뒤 두나무(업비트)·코인원·코빗·스트리미(고팍스) 등 전체 거래소로 조사 범위를 넓혀 가상자산 보유·운영 현황과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당국 조사의 초점은 ‘빗썸이 실제로 보유하지 않았던 비트코인 62만개를 어떻게 지급할 수 있었는지’에 맞춰져 있다. 코인 수량과 무관하게 전산 장부상 숫자만 바꿔 거래가 이뤄지는 장부거래 구조 문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 없이 한 번의 승인만으로 결제가 가능했던 허술한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62만개 오지급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빗썸의 비트코인 보유량인 175개(고객 위탁 물량 4만2619개 제외 기준)를 3500배나 넘는 규모다. (사진=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 위원장은 △추가적인 이용자 피해 발생 여부 △금감원 현장점검 진행 상황 △가상자산시장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는 △은행 지분 50%+1주를 통한 은행 중심 컨소시엄 구성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15~20% 지분 규제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 통제기준 기준 의무화 △외부기관을 통한 가상자산 보유 현황 정기 점검 △전산사고로 인한 이용자 피해 발생 시 무과실 책임 규정 등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9일 2026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발표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입력 된 가상의 데이터가 거래됐다는 점이 본질”이라며 “규제 감독 체계가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인허가와 관련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도록까지 규제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오입금된) 비트코인을 파신 분들은 재앙적으로 불안정한 위치에 처한 것”이라며 “오입금 된 비트코인은 부당이득반환 대상인 것은 명백하다. 반환돼야 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지배구조 분산 즉 지분 규제를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의장이 이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한 의장이 발언한 내용 중 가장 집중된 대목은 ‘지분 규제’다. 앞서 금융위가 지난해 12월 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는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1인의 소유 지분율 제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방안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의 대주주 지분 한도(15%)를 참고해,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같은 지분 규제가 시행될 경우, 5대 디지털자산거래소 모두 관련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송치형 의장이 지분율 25.52%를 가진 최대주주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를 가지고 있다. 코인원은 창업자인 차명훈 대표가 개인회사 지분을 포함해 53.44%를 갖고 있다. 코빗은 NXC가 60.5%를 보유 중이다.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는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지분율이 67.45%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15~20% 일률적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규제가 시행되면 5대 거래소 대주주 모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지분율 제한은 두나무와 코빗 인수를 각각 추진하는 네이버와 미래에셋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자료=각 사 및 업계 추정)
민주당이 이달 중에 이같은 지분 규제를 담아 디지털자산기본법 여당안을 발의하면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맡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현재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스타트업 형식으로 민간이 순수하게 자생적으로 발전시켜온 시장”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과도한 규제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규제를 설정하려고 했다면 가상자산 시장이 태동하기 전에 사전 규제를 했어야 한다”며 “이미 시장 볼륨이 커진 상태에서 지분 규제를 하겠다고 하면 자금의 역외 유출이 우려되고, 경영의 책임 소재도 모호해진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 같은 나라에선 외국 자본의 지분 규제는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자국 기업의 지분을 사후에 이렇게 규제한 경우는 국제적으로도 없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용범 정책실장이 뒤에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정말 어떤 의도에서 이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이렇게 지분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위헌 소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