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산업화→AI시대 맞춤형으로…국민참여 늘려 '이익 공유'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1일, 오후 06:04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송주오 기자] 정부가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 제도 대개편에 나서는 것은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사업에 민간자본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산업화시대 맞춤형인 현행 제도 하에선 AI 데이터센터 건립 등엔 민자사업 추진이 어렵다. 여기에 국민 참여를 늘려 ‘이익의 사회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수익 공유를 위해 새로 도입하는 ‘국민참여 공모 인프라펀드’는 정부 보증으로 사실상 수익 확정형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열린 '제2차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기획예산처)
◇철도복합시설 등도 민자사업 허용

민자사업은 1994년 제도 도입 이후 30여년 동안 총 872개(154조원) 사업을 담당했다. 주로 도로, 철도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에 집중됐다. 고속도로의 약 20%(977km), 국가철도의 14%(196km) 등이 민자사업을 통해 조기에 확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민자사업은 활력을 잃고 있다. 2010년 52건에서 2024년 19건으로 급감했다. 민자사업의 대표 사업모델 중 하나인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은 공사비와 금리 상승 등으로 리스크가 커진 반면, 수익성이 하락해 참여 유인은 떨어졌다.

정부가 민자사업 제도 대개편에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이었던 민자사업을 AI 시대를 맞아 AI 데이터센터, 에너지고속도로(전력망) 등 활용처를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현행 민간투자법상에선 민간투자 추진이 어려운 사업들이다.

정부는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의 사회기반시설 유형에 데이터센터 등을 추가해 민자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업모델 마련,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내년 1호 민자사업으로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력망 구축에도 민간자본을 활용한다. 정부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특별법)을 개정해 민영화 논란을 차단할 계획이다. 전력망특별법에 따르면 한국전력 외 사업자도 전력망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지만, 사업 완료 후엔 설비를 한전에 양도해야 한다. 이외에도 환경통합시설, 철도복합시설, 청사시설 사업에도 민간자본을 허용할 계획이다.

문승용 기자
◇국민도 개별 인프라사업 직접 투자 가능

민자사업에 국민 참여를 확대해 수익을 공유하는 점도 이번 개편안의 큰 특징이다. 그간 민자사업 투자이익은 사업에 직접 참여한 소수 사업자에게만 귀속됐다. 특히 국민이 개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는 없는 상태다. 정부는 국민 누구나 개별 민자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국민참여 공모 인프라펀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펀드자산은 개별 민자사업의 선순위대출 채권으로 구성하고 정부가 보증할 방침이다. 사업자가 사업에 필요한 돈을 외부에서 조달할 때 국민참여 공모 인프라펀드가 선순위에 포함하도록 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산기반신보)이 보증을 선다. 기획처 관계자는 “국가가 위험을 대신 부담해 펀드에 투자하는 국민은 사실상 원금 손실이 없는 구조”라고 했다.

수익률은 예금금리의 2배 가까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BTO 민자사업 수익률은 4.81%였다. 기획처는 현재 연 5~6% 정도인 선순위대출 금리 수준만큼 수익이 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업별 국민참여 펀드는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기반신보의 올해 예산이 1조 1000억원, 평균 레버리지배율이 16배인 점을 감안하면, 17조 6000억원까지 보증여력이 있는 상태다.

이밖에 정부는 ‘공모 인프라펀드’ 활성화를 위해 ‘만기 없는 인프라펀드’를 신설하고 차입한도도 자본금의 30%에서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민자사업 추진이 어려운 안전시설에 투자 유인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안전분야 번들링 민자’ 모델을 마련해 시범사업에 나선다. 또 인구감소지역 민자사업을 우대하는 등 지방 민자사업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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