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 된 느낌"…우아하게 돌아온 '제무시' GMC[타봤어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전 06:11

[김포=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GMC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브랜드지만 사실 한국과의 인연이 얕지 않다. 6.25 전쟁 전후로 GMC 카고트럭이 한반도에 대거 유입됐고 휴전 이후에는 전국 산업현장을 누비며 활약했다. 사람들은 이 투박하고 든든한 일꾼 ‘지엠씨’를 정겹게 ‘제무시’라고 불렀다.

그 GMC가 이제는 아무나 넘보기 어려운 품격을 갖추고 한국 시장에 당당하게 재입성했다. 병참과 물자를 나르던 병사의 자리에서 작전을 총괄하는 상급 지휘관으로 올라선 모습이다.

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 (사진=한국GM)
한국GM은 최근 프리미엄 SUV 브랜드 GMC를 국내에 본격 출시하며 대중화를 겨냥한 핵심 모델로 ‘GMC 아카디아’를 투입했다. 한국GM의 새로운 비장의 카드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을 타고 김포 한국타임즈항공에서 인천 삼목선착장까지 왕복 약 70km 구간을 달려봤다.

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아카디아는 가까이서 볼수록 ‘크다’보다는 ‘묵직하다’는 인상이 먼저 다가온다. 차체 길이 5160mm, 너비 2020mm로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 길이는 100mm, 너비는 40mm가량 더 크다. 덩치가 주는 심리적 여유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비좁고 복잡한 우리네 도로에서 편하게 달릴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도 함께 따라온다.

전면부는 드날리 얼티밋 트림의 상징인 ‘베이더 크롬’ 그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번쩍이는 장식용 크롬이 아니라 묵직하고 어두운 질감의 크롬이 차체에 진중하고 권위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사단장 차 들어온다.” 군 복무 시절 멀리서 다가오는 지휘관 레토나를 바라볼 때 느꼈던 묘한 압도감이다.

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 내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차체 후면부 중앙에는 트림명인 ‘DENALI(드날리)’ 레터링이 새겨져 있다. 모델명 ‘ACADIA’는 좌측 하단에 작게 적혀 자칫 차 이름을 드날리로 착각할 정도다.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 ‘드날리’는 단순한 고급 트림명을 넘어 최고 성능과 럭셔리의 대명사로 통한다.

포탄도 막아낼 것처럼 육중한 문은 놀라울 만큼 매끄럽고 부드럽게 열린다. 실내는 브라운 컬러 가죽과 알루미늄 크롬 가니시 조합으로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촘촘한 스티치와 부드러운 가죽 촉감은 이 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바퀴 달린 프라이빗 집무실에 가깝다는 인상을 남긴다.

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 내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대시보드 중앙에는 최신 태블릿 PC를 그대로 붙여놓은 듯한 15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화면은 선명하고 반응 속도도 빠릿해 사라진 물리 버튼이 아쉽지 않다. 티맵 기반 내비게이션은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8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착실하게 연동돼 운전자를 목적지까지 확실하게 모셔다 드린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좌석’보다는 ‘소파’에 몸을 맡긴 듯한 편안함이 먼저 느껴진다. 높은 시트 포지션에서 내려다보는 도로 풍경, 넉넉한 암레스트, 여유로운 공간이 어우러져 차를 운전한다기보다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한다.

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 내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차체 크기만큼이나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2열은 독립식 시트로 구성돼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무릎과 발끝에 여유가 넘친다. 3열 역시 성인이 탑승했을 때 머리와 무릎 공간이 답답하지 않은 수준이다. 대형 SUV가 갖춰야 할 공간의 기본기를 충실히 구현했다.

이처럼 외형은 터프하지만 주행 감각은 구름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고 섬세하다. 2.5 터보 엔진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정숙하고 회전 질감도 매끄럽다. 덩치에 비하면 배기량이 크지는 않지만 초반 가속에서 답답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훅-’ 치고 나가는 박력보다는 부드럽고 완만하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느낌이다.

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분명 느릿하고 여유롭게 달리는 줄 알았는데 계기판 바늘은 어느새 시속 100km를 넘어섰고 내비게이션은 과속 단속 알림을 울린다. 노면 곳곳이 움푹 패이고 대형 화물차들이 사방을 에워싼 거친 도로 환경에서도 차체는 미약한 흐트러짐도 없다. 외부 소음을 완전 차단한 실내는 체감 속도감을 낮추고, 편안함은 끌어올린다.

GM의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기술인 ‘슈퍼 크루즈’는 향후 아카디아에 적용될 예정이다. 하드웨어는 이미 모두 탑재돼 있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이뤄지면 주행 편의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 (사진=한국GM)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의 국내 출시 가격은 8990만원으로 책정됐다. 부담러울 수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가치와 아카디아가 갖춘 상품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있는 가격이라는 게 한국GM의 자신감이다. 전장의 투박한 트럭이던 ‘제무시’는 이제 세련된 터프함으로 재무장해 한국 시장에 돌아왔다. 한때는 현장을 누비던 일꾼에서 올라 이제는 지휘봉을 잡은 아빠들에게 아카디아는 새로운 드림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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