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23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예정대로 종료하겠다고 밝힌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10.15 대책으로 서울 및 경기 12곳이 토허제로 묶이면서 매물이 실종됐는데 예년보다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매도자 우위였던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개편될지 관심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중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12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6만 2357건으로 한 달 전(5만 6375건) 대비 10.6% 증가했다. 이 기간 송파구는 4463건으로 31.8% 급증했고 성동구(31.6%), 광진구(27.0%), 서초구(20.5%), 강동구(19.9%), 강남구(19.0%), 용산구(17.4%), 마포구(16.4%) 등 강남3구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급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2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예정대로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겠다고 밝혔고 그 뒤로도 수 차례 ‘팔아라’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아파트 매물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실제로 연초에는 이사철 등으로 매물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나 올해 매물 증가세가 더 빨라졌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작년말 대비 이날까지 8.2% 증가했는데 이는 전년동기 3.6% 증가한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세가 가파른 것이다. 그러나 절대 매물 수는 아직은 적은 편이다.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6만 2357가구인데 작년 2월 12일 매물 수는 9만 929가구로 9만대가 넘었다.
그럼에도 가뜩이나 아파트 공급 물량이 부족하고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허제로 묶이면서 매물 자체가 급감했던 상황이라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부동산 전문위원은 “지금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급이 없다는 것인데 매물도 안 나왔던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는데 다주택자 매물을 나오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의 매도자 우위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뀔지 관심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2월 첫째 주 94.9로 전주(99.3) 대비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100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인데 숫자가 줄어든 것은 주택을 팔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음을 시사한다.
◇ “매물 쌓이면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
재정경제부는 다주택자가 5월 9일 이전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일로부터 4개월 또는 6개월 내 매매 잔금을 받을 경우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13일부터 입법예고하겠다고 12일 밝혔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5월 9일까지 매매 잔금을 받아야 하나 이를 유예함으로써 이 기간까지 보유 주택을 팔 기회를 준 것이다.
해당 주택에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다면 이 주택을 매입하는 무주택자에 대해선 임대차 계약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최장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키로 했다. 10.15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됨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택 매입자는 토허제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실거주해야 하는데 거주 의무 개시 시점을 유예한 것이다.
다주택자 매물이 출회되고 무주택자에 대해선 실거주 의무 개시기간이 유예되면서 거래에 숨통이 트일 지에 관심이다. 무주택자가 구입한 주택에 최대 2년 뒤에는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서울 전역 등이 조정대상지역이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 한도에 불과하고 전세금퇴거반환대출 한도도 1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현금을 보유한 무주택자만 거래가 가능할 전망이다.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현금부자’만 매수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무주택자도 어딘가에 살고 있고 해당 보증금이 있기 때문에 현금부자만 매입하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출 규제 완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거래는 제약될 수 있지만 주택 거래시 ‘하락 거래’가 증가할 경우엔 매물이 출회되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당분간 매물 출회는 지속될 것”이라며 “매물이 늘어나면 매수자의 거래 협상력을 높여줄 수 있다. 강남권이나 한강변은 매입가가 비싸서 부담이지만 전세매물 등의 부족을 고려하면 서울 외곽 역세권 중소형 매물은 거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섭 우대빵 중개법인 대표는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신고가 거래가 나타난다면 매도인의 매물이 잠길 것”이라며 “하락 거래가 증가한다면 매물이 더 출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