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3층. 이날 첫 문을 연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매장에서 20대 남성 고객 조모 씨는 주름 개선 크림을 손에 쥐며 이같이 말했다. 다이소와 가격대는 비슷해 보이지만, 패키지가 심플하고 라인이 깔끔해 남자가 쓰기 부담없어 보인다는 게 그의 첫 평가다. 그는 “근처에 자주 오는데, 다음에 옷 보러 올 때 여기도 같이 들를 것 같다”고 했다.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에 들어선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단독 매장 전경 (사진=한전진 기자)
◇무신사, 뷰티도 ‘스탠다드’로…첫 단독 매장 출격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창사 첫 오프라인 뷰티 단독 매장을 냈다. 그간 자체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안에 진열대를 배치하는 숍인숍 형태로 뷰티를 팔았지만, 의류와 완전히 분리해 계산대까지 독립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력은 1만원 이하의 초저가 제품이다. 다이소 올리브영이 키워놓은 시장에 무신사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오프라인 저가 화장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고객들 모습 (사진=한전진 기자)
핵심 상품은 1만원 이하의 초저가 뷰티 라인이다. 클렌징폼 3900원, 토너 4900원, 세럼·크림 5900원 등 지난해 코스맥스와 협업해 내놓은 초저가 스킨케어가 중심이다. 가장 비싼 제품도 올인원 워시 7900원이다. 1만원을 넘는 건 다슈·온더바디 등과의 컬래버 상품뿐이다. 오픈 기념으로는 수분 3종 세트, 데일리 3종 세트 등 단독 기획 세트 2종을 각 9900원에 내놨다.
히알루론산 수분 라인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매장 구성 (사진=한전진 기자)
◇“화장품도 있었네?”…MZ 고객 체험형 동선 주목
오전부터 매장에는 2030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커플로 보이는 두 명의 고객은 나란히 히알루론산 밸런싱 세럼을 들어 올리며 제품을 살펴봤다. 남성 고객에게는 무신사가 화장품도 판매한다는 걸 알게 되는 계기가, 여성 고객에게는 온라인에서만 봤던 제품을 직접 체험한다는 의미가 커 보였다. 매대에서 만난 20대 여성 고객 최모 씨는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발라보니까 질감이 확실히 느껴진다”며 “이 가격이면 부담없이 한 번 써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신사가 뷰티를 의류에서 떼어내 단독 매장까지 낸 것은 여러 전략적 판단이 자리한다. 그동안은 옷을 보러 온 고객이 함께 구매하는 ‘교차 소비’에 기대왔다면, 이제는 화장품만을 찾는 고객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지 시험해보겠다는 의도다. 무신사 관계자는 “의류 매장에 함께 있으면 무신사를 아는 사람만 구매하게 되지만, 분리하면 뷰티만 보러 오는 고객도 유입될 수 있다”며 “이번 매장은 뷰티가 독립 콘텐츠로 설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매장은 10대를 겨냥했다. 첫 매장을 목동에 낸 것도 이유가 있다. 목동은 학원가가 밀집한 대표 학군지로, 10대 이상 젊은 유동인구가 많다. 용돈으로도 부담없이 살 수 있는 3900~5900원대 초저가 뷰티와 궁합이 맞는 상권이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무신사 스탠다드가 들어오면 젊은 층 집객 효과가 뚜렷한 만큼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스킨케어부터 향수까지 전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무신사 뷰티 매장 내부 (사진=한전진 기자)
◇‘다이소·올영’과 맞붙는 무신사…뷰티 경쟁 더 핫해진다
업계는 무신사의 첫 뷰티 단독 매장을 두고 여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목동 매장 성과에 따라 단독 뷰티 매장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고, 이르면 2분기 성수 메가스토어에 ‘무신사 뷰티’ 편집숍까지 열리면 PB 단독 매장과 편집숍의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 SPA 브랜드 중 뷰티를 독자 사업으로 키우는 곳은 무신사가 유일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뷰티는 이미 무신사의 주요 핵심 카테고리다. 지난해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거래액은 전년대비 161% 증가했고, 초저가 라인 출시 이후 4분기 오프라인 거래액도 170% 가까이 뛰었다. 구매 고객의 약 60%가 2030세대로 젊은 층 중심의 확장세도 뚜렷하다. 온라인 성장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까지 가동한 만큼, 올리브영·다이소와의 초저가 경쟁도 올해 한층 선명해질 전망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번 매장은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뷰티 카테고리가 독립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라며 “목동점을 시작으로 고객 반응과 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향후 단독 매장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저가 기초 화장품 수요가 꾸준한 만큼, 3월에는 선크림 제품을 추가로 출시해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