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4 세계 첫 출하…AI 메모리 왕좌 탈환 '신호탄'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후 07:02

[이데일리 송재민 박원주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출하에 성공하며 메모리 시장 내 주도권 탈환에 나섰다. HBM3·HBM3E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지던 과거를 떨치고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왕좌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출하를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당초 설 연휴 이후로 예정돼 있던 양산 출하 일정을 고객사와의 협의를 통해 약 일주일 앞당기며 공급에 나선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문은 이번 HBM4는 업계 최고 성능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개발 단계부터 최선단 공정을 전면 배치하며 검증된 공정을 쓰던 관행을 깼다. 업계 최선단인 1c D램(10나노급 6세대)과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베이스 다이에 적용해 재설계 없이 초기부터 안정적인 수율과 성능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삼성전자의 HBM4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기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확보했다. 이는 경쟁사들의 초기 샘플 속도를 앞지르는 수준이다. 대역폭 역시 전작 대비 2.7배 향상된 최대 3.3TB/s를 지원해 AI 모델의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소해 눈길을 끈다.

전력 효율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데이터 전송 입출력(I/O) 핀 수가 1024개에서 2048개로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전력 소모와 열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어 다이에 저전력 설계 기술을 적용했다. 코어 다이는 HBM을 구성하는 핵심인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한 다이(Die)를 의미한다. HBM은 D램으로 구성된 코어 다이와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로 구성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실리콘관통전극(TSV) 데이터 송수신 저전압 설계 기술 △전력 분배 네트워크(PDN) 최적화 등을 통해 전 세대 대비 에너지 효율을 40%가량 개선했다. 열 저항 특성을 약 10%, 방열 특성을 약 30% 끌어올린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용량의 경우에도 12단(24·36GB)을 시작으로 향후 16단 적층을 통해 48GB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같은 최고 수준 성능은 삼성전자의 ‘절치부심’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HBM3E에서 겪었던 재설계 이슈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메모리 경쟁력을 총집결했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HBM3E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HBM 시장 내 점유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는 HBM 1등의 자리를 굳히고 마이크론도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며, 삼성전자의 입지를 더욱 좁혀왔다.

올해가 HBM4 원년인 만큼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HBM4 양산 출하에 적극적이다.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출하 일정을 밝히진 않았지만 엔비디아에 대한 압도적인 HBM 공급 물량 등을 바탕으로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HBM4 물량 중 약 7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이크론의 경우엔 일각에서 제기되는 엔비디아향 HBM4 탈락설과 관련해 11일(현지시간) “우리는 HBM4 대량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고객사 출하를 시작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과 함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로직,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수행해 세계 유일의 ‘IDM(종합 반도체 기업) 원스톱 솔루션’을 구사할 수 있는 회사다. 특히 HBM이 고도화될수록 베이스 다이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공정과 설계 간의 긴밀한 기술 협력(DTCO)을 통해 품질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생산 리드타임을 단축한다는 복안이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11일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6’에서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술력으로 대응했던 삼성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HBM4에 대한 고객사 피드백이 매우 만족스럽고 기술 면에서는 최고”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이번 양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HBM 로드맵 실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 성능이 강화된 HBM4E 샘플을 출하하는 것은 물론, 내년부터는 고객사별로 최적화된 ‘커스텀 HBM’ 샘플링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엔비디아를 비롯해 차세대 주문형반도체(ASIC) 기반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들로부터 HBM 공급 협력 요청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경쟁력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평택 5라인 등 선제적인 인프라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사진=삼성전자)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