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과징금 역시 당초 사전 통보된 2조원대에서 5000억원 가량 경감돼 1조5000원대 수준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규모가 가장 컸던 KB국민은행이 가장 큰 금액을 부담하고, 나머지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이 그 뒤를 잇는 구조다. 다만 은행권에서 제기해 온 ‘비례성’ 문제나 선제적 배상 노력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홍콩 ELS 판매와 관련한 담당 직원들에 대한 제재 수위도 조정됐다. 당초 정직 수준이 검토됐지만, 최종적으로는 감봉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과 개인 모두 제재 강도가 일부 완화됐지만,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에 대해 원칙적 책임을 묻겠다는 기조는 유지한 셈이다.
이날 제재심에서는 5개 은행 측 대리인과 검사국이 출석해 마지막 변론을 벌였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최근 1심 재판에서 은행 승소 판결이 나온 점을 근거로 과징금 감경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홍콩 H지수 ELS 투자 손실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은행 측은 이를 제재 수위 산정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금감원은 해당 판결이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이라는 점을 들어 제재 논리의 근간을 흔들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특히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설명의무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어, 과거 자본시장법 체계와는 적용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는 2023년 하반기부터 홍콩 증시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본격화됐다. 5개 은행을 중심으로 수조원 규모의 상품이 판매됐고, 고령 투자자 비중과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다. 은행권은 이후 분쟁조정과 별개로 자율 배상에 나서 투자자들과 합의를 진행해 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중순 기준 투자자의 90% 이상이 합의에 응했고, 누적 배상액은 1조3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이미 대규모 자율 배상을 진행한 상황에서 추가로 1조원대 과징금을 부담하는 것은 경영 부담이 적지 않다”며 “기관경고로 낮아진 점은 다행이지만, 과징금 규모는 여전히 무겁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제재심 결과는 금감원장이 금융위원회에 보고한 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제재 수위를 넘어, 대규모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 기준과 비례성 원칙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재 수위가 일부 낮아졌지만,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며 “최종 의결 과정과 이후 법적 공방이 남은 변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