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P들 사이에서 사모대출 투자와 관련된 옥석가리기가 시작되고 있다.(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사모대출 리스크 부각…'성장성 아닌 전략이 관건'
사모대출은 은행이나 공모 채권시장을 거치지 않고 사모펀드 등 민간 자금이 기업에 직접 대출을 집행하는 투자 전략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이나 중견·중소기업 운영자금, 자산기반대출(ABL), 인프라 금융 등이 대표적이며, 대출 조건을 개별 협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LP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 변화가 있다. 해외에선 일부 중소·중견기업 파산과 함께 사모대출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트리컬러스와 퍼스트브랜즈 파산 사례가 대표적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에 대출을 집행한 사모대출 운용사뿐 아니라 일부 은행권에서도 손실이 발생했고, 이후 일부 사모대출 투자기구에서는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늘어나는 등 자금 흐름에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분기별로 제한적 환매가 가능한 반유동성 BDC(기업성장투자회사·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미들마켓에 주식 또는 대출 형태로 투자하고 발생한 이익을 배당하는 명목상 주식회사) 상품에서는 환매 한도를 초과하는 요청이 접수되면서 일부 운용사가 제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투자 심리가 이전보다 약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형 운용사의 손실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블랙록은 일부 사모대출 투자에서 손실을 반영하며 관련 BDC의 순자산가치(NAV)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폴로 역시 특정 기업 대출에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도됐다. 해당 소식 이후 운용사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 반응도 민감하게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사모대출 시장의 구조적 위험이 표면화되는 신호로 해석하는 모양새다. 표면적인 부도율은 낮아 보이지만, 특정 업종·차입자에 대한 익스포저가 집중된 경우 손실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PE 늘면 대출도 는다”…구조적 성장 논리는 여전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적 손실 사례가 곧바로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사모대출은 사모펀드(PE) 시장과 구조적으로 맞물려 성장해온 자산군이라는 점에서다.
글로벌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PE의 인수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자금 조달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며 “LBO(차입매수)가 확대되면 은행 외 자금 공급원으로서 사모대출 역할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 자금 풀 자체가 성장 궤도에 있다는 점도 변수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4000조원에 육박하는 등 국내 기관 자금 풀이 확대되는 구조인 만큼, 일정 비율의 크레딧 전략 배분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 자산 증가율이 5% 안팎에 그치는 미국·유럽과 달리, 국내는 자금 총량이 커지는 구간에 있어 사모대출 검토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시장 단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내 기관들이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자금을 집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야 1세대 펀드가 청산 단계에 들어서는 시점이라는 점에서다. 사모대출 전략을 단기 손실 사례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전체 사이클을 경험한 기관이 많지 않은 만큼, 지금은 전략의 성패를 단정하기보다 운용 역량과 구조 설계를 구분해볼 시점이라는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사모대출을 줄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단기적인 가격·부실 변수와 별개로, 자산 배분 차원에서의 구조적 수요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사모대출 시장에는 부도율이 실제보다 낮게 보일 수 있다는 점과 내부 모델에 의존한 자산가치 산정의 투명성 문제, 은행·보험사 등 여타 금융기관과의 연결고리 확대 등 잠재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며 “결국 전략별 리스크 구조를 면밀히 따지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