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무역장벽까지 세워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시장의 89%를 장악한 거대 기업들이 4년간 8차례에 걸쳐 담합을 통해 국민에게 가격 부담을 떠넘겼다는 점에서 역대급 과징금이 부과됐다는 설명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들의 담합은 치밀했다. 핵심은 ‘비대칭적 가격 반영’이다. 설탕 주재료인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해 즉각 반영했다. 만약 가격 인상을 거부하는 거래처가 있으면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는 집요함까지 보였다. 반대로 원당 가격이 내릴 때는 침묵했다. 가격 인하 시점을 최대한 뒤로 늦추고, 내리는 시늉만 하는 식으로 인하 폭을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대표부터 영업팀장까지 직급별로 촘촘한 연락망을 가동하며 실행력을 높였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설탕 시장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설탕은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이라 수입이 자유롭지 않아 신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사실상 이들 3사가 시장을 나눠 먹는 ‘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상태다. 이들은 지난 2007년에도 똑같은 혐의로 51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공정위는 ‘담합은 손해’라는 인식을 뿌리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과징금에 더해 ‘가격 변경 내역 보고명령’을 내렸다. 향후 3년간 설탕 가격을 바꿀 때마다 공정위에 그 내역을 연 2회 보고하도록 강제해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담합에 가담한 직원에 대한 징계 규정을 신설하도록 명령하는 등 기업 내부 문화까지 정조준했다.
특히 이날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직접 나서 담합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밝혔다. 주 위원장은 “과거 같은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기업 경영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걸 보면서 실망감이 굉장히 컸다”며 “기업 경영의 합리성을 현재보다는 훨씬 더 높여야만 한다는 절박감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담합으로 얻는 부당이득보다 내야 할 과징금이 훨씬 큰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과징금의 법정 상한을 관련매출액의 20%에서 30%로 높이는 법 개정과 함께 시행 세칙과 고시 개정을 통해 법 위반을 억제하는 수준의 제재가 부과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시행령과 고시 개정은 3개월, 법 개정은 6개월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설탕 담합 사건을 시작으로 밀가루, 계란, 돼지고기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이른바 ‘밥상 물가’ 품목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