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4년간 설탕 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083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위 제당사들이 지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음료나 과자 제조사 같은 기업용 설탕의 판매가격을 담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설탕의 모습. 2026.2.12 © 뉴스1 이호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제당 3사에 역대 담합 사건 가운데 기업별 평균 기준 최대 규모인 1300억 원대, 총 4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이번 제재가 단발성 조치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돼지고기 등 다른 식탁 물가 품목에 대해서도 이번 설탕 담합 건과 동일한 '무관용 고강도 제재'가 적용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물가 잡기 의지에 더해 관계부처가 고강도 감시체제를 가동한 만큼 식품·유통 업계에 대한 압박 강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봐주기 없다"…'매출액 15%' 고강도 제재 나선 공정위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12일) 씨제이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에 과징금 4083억 13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10년 LPG 공급회사 담합 사건(6689억 원)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이며, 사업자당 평균 과징금(1361억 원)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액수다.
주목할 점은 과징금 산정 방식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관련 매출액을 약 3조 2884억 원으로 산정하고, 여기에 현행 법령상 부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인 '부과 기준율 15%'를 적용했다. 통상적인 담합 사건에서 5~10% 수준의 기준율이 적용되거나, 여러 감경 사유가 반영돼 최종 부과액이 줄어드는 관행을 깬 것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법정 최고 수준'의 칼을 빼 든 배경에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고의성이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공정위는 제당 3사가 2021년부터 4년여간 국제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인상 시기를 앞당기고, 내릴 때는 인하 폭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2007년 이미 한차례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담합을 저질렀으며,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증거를 인멸하고 공동 대응을 모의하는 등 공권력을 기만하는 행태를 보인 점도 공정위가 고강도 제재를 결정한 배경이다.
이러한 '무관용 원칙'은 현재 공정위가 들여다보고 있는 다른 민생 품목 조사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설탕과 마찬가지로 밀가루나 육가공 시장 역시 소수 업체가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다. 혐의가 입증될 경우 공정위는 설탕 제재와 같이 부과 기준율을 대폭 높인 고강도 제재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 담합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지난 4년여에 걸쳐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행위 금지명령과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 그리고 과징금 총 4,083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 했다고 밝혔다. 2026.2.12 © 뉴스1 김기남 기자
李 "공권력 총동원" 지시에…TF 가동, 가격 보고명령까지
이번 고강도 제재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독과점 상황을 악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행위는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국제 시세가 떨어져도 국내 가격은 오르는 기현상은 담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밀가루 등 구체적인 품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가격조정명령제도 활용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실제 공정위는 이번 설탕 담합 건에서 사상 처음으로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을 발동했다.
이는 담합이 적발된 기업들이 향후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때 그 내역을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조치다. 과징금 부과를 넘어 기업의 가격 결정 과정까지 정부가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당국의 강력한 직접 개입 수단이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대응 체계도 구축했다. 공정위는 지난 11일 남동일 부위원장을 팀장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점검팀'을 공식 출범시켰다. 점검팀은 공정위 조사관리관(국장급)이 지휘하는 현장조사반을 중심으로 법무부,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 사정기관의 역량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점검팀은 △원재료 가격 변동 대비 제품 가격 조정이 불균형한 품목 △국제 시세 대비 국내 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품목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혐의가 포착되면 즉시 합동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검찰 고발 등 형사 처벌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에도 할인 지원과 같은 단기 물가 대책뿐만 아니라 담합, 독과점 등 불공정 거래를 철저히 감시하라고 재차 지시한 바 있다.
공정위는 제도적 제재 기준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담합 과징금의 법정 상한을 현행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상향해 처벌 수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주 위원장은 "담합은 공정한 경쟁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고 다수의 경제 주체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반칙하고 착취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돼야 혁신하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