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업계 최고 성능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전자(005930)의 이익잉여금과 장기차입금 합산 잔액이 전년보다 50조 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호실적으로 지난해 그룹 전체의 이익잉여금이 전년 대비 30조 원 넘게 늘었고 삼성전자의 별도 장기차입금 잔액도 23조 원대로 30배 가까이 커졌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메모리 왕좌' 탈환을 위한 투자 실탄을 한껏 비축한 것으로 평가했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데 이어 생산량 증대를 위한 설비투자(CAPEX) 준비를 마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익잉여금은 402조 1356억 원으로 전년(370조 5132억 원)보다 8.5%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연결 이익잉여금이 4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50조 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2017~2018년에도 이익잉여금은 200조 원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의 별도 장기차입금 잔액은 23조3990억 원으로 전년(7957억 원)보다 무려 29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무담보차입금 20조 원(만기 2023~2028년)에 삼성전자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장기차입한 2조8000억 원이 얹어졌다. 양사의 차입 목적은 모두 반도체 시설투자로, 차세대 메모리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이다.
장기차입금은 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쓰이는 단기차입금과 달리,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등 중장기 미래 투자에 쓰이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가 현금 곳간과 설비투자 재원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쌓으며 '반도체 투자 체력'을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실탄'은 HBM4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캐파 확대에 대부분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향(向)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었다. 내년 초까지 HBM4 생산능력을 3배 가까이 늘리는 라인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평택 4공장(P4)에 월 10만~12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D램 생산 라인을 추가 구축 중이다. 증설 라인은 HBM4에 들어가는 1c D램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1c D램 웨이퍼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월 6만~7만 장 수준인데, 이를 최대 19만 장까지 끌어올리는 셈이다.
전체 HBM 생산 비중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D램 웨이퍼 월간 생산량은 65만5000장, HBM 월간 생산량은 15만 장(23%)이다. SK하이닉스(15만 장·28%)와 월간 생산량은 동등하지만, D램 웨이퍼 내 HBM 비중은 뒤져있다. P4 증설이 완료되면 HBM 월간 생산량(최대 25만 장)과 비중(32.3%) 모두 앞서게 된다.
글로벌 AI 산업이 올해 '하이퍼 불'(초강세장)에 진입하면서 HBM 공급 부족(쇼티지)도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HBM 수급이 2027년까지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HBM 공급량이 많은 메모리 제조사가 시장 주도권을 잡는 '캐파 싸움'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HBM과 범용 D램, 낸드플래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메가 팹'인 P5도 구축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의) 기술 경쟁력을 회복한 데 이어 생산 능력 확충에도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