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기후 후퇴…韓 산업계 비용 절감 제한적, 배터리는 '부담'

경제

뉴스1,

2026년 2월 13일, 오후 09:38


미국이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근거였던 '위해성 판단'을 폐지하면서 한국 자동차·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 판매 환경이 완화될 수 있지만, 이미 세계 기준에 맞춰 생산 체계를 구축한 국내 기업에는 비용 절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전환 속도 둔화 가능성은 중장기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환경보호청과 공동 발표를 통해 2009년 도입한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 판단은 2007년 연방대법원이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인정한 이후 자동차와 발전소 등의 배출 규제를 가능하게 한 핵심 근거였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로 1조 3000억 달러 이상의 규제 비용이 사라지고 신차 평균 가격이 3000달러 가까이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출범 때부터 공약했던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관련한) 사항이고, 그때부터 고려했던 사안이라 현재로서 특별히 즉각 추가 대응할 것은 없다"며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정책 변화가 앞서 예고된 흐름이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규제 완화가 곧바로 생산비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배출가스 기준을 낮추거나 폐지하면 수출 시 인증 부담은 줄 수 있다"면서도 "이미 해당 기준에 맞춰 엔진과 설비를 개발해 온 상황이라 기준이 완화됐다고 다시 설계를 바꾸거나 비용이 크게 줄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생산라인을 갖춘 만큼 추가 절감 여건은 크지 않다는 취지다.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등 미국 현지 생산 물량에는 일정 부분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저배출 기준 부담이 줄 경우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과 픽업트럭 등 내연차 판매 확대에 유리할 수 있어서다. 다만 산업부 내부에서는 "생산비가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반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는 부담 요인이 적지 않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전환 압박을 완화하면 수요 증가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해 4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23만 9021대로 전 분기 41만 4814대보다 42.4% 줄어 둔화 조짐을 보였다. 전기차 보급 정책 변화가 이어질 경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업체의 출하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통상 분야에선 정책 불확실성을 변수로 본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국 산업 부담을 줄이는 대신 다른 통상 수단으로 이익을 회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관세나 비관세 장벽 등 추가 조치가 병행될 경우 한국 기업이 체감하는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번 위해성 판단 폐기는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복지를 위협한다는 과학적 결론에 기반해 구축된 규제의 법·과학적 토대를 약화하는 조치"라며 "미국의 후퇴가 무역·규제 정합성 논리로 확산할 경우 국제 감축 모멘텀이 흔들린다"고 말했다.국제 감축 규범이 약화할 경우 통상 환경과 산업 전략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제도는 당장 변화가 없다는 점도 대비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미국의 위해성 판단과 유사한 국내 근거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배출권거래법이다. 현재로서는 법령 개정 등 변동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의 규제 완화가 한국의 감축 체계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진규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한국은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온실가스가 인류의 생존과 생태계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을 법률에 명시해 미국의 위해성 판단과 유사한 법적 효력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조치는 내연기관차에는 단기적으로 우호적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한국 기업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전환 속도와 미국의 추가 정책 방향에 따라 산업별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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