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왕좌의 게임' 시작…삼성·SK하닉·마이크론, 캐파 확보 '사활'

경제

뉴스1,

2026년 2월 15일, 오전 07:00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인공지능(AI) 산업의 '필수재'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왕좌의 게임이 본격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6세대 HBM4를 세계 최초로 출하에 성공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동안 HBM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던 SK하이닉스도 내달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한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HBM4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뒤집고 고객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경쟁에 합류했다.

이들 3사가 내놓은 HBM4의 성능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모두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만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HBM 시장 규모가 2년 뒤에는 작년(50조 원 규모)의 세 배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누가 더 많이 생산하는지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3사가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삼성전자, HBM4 예상보다 빠르게 '세계 최초' 출하로 '선공'

15일 업계에 따르면 HBM4 대전이 예상보다 빠르게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초 예정 시점인 2월 셋째 주보다 일주일 앞당겨 HBM4의 고객사 인도에 나서는 속도전을 단행했다. HBM4 제품의 기술력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었던 탓이다.

삼성전자는 HBM4에 대해 '업계 최고 성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제대로 이를 갈고 나왔다.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인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최대 13Gbps까지 구현할 수 있어 데이터 병목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도 있다. 과거 엔비디아의 품질테스트 통과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이번 제품은 최선단 공정 1c D램(10나노급 6세대)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재설계 없이 양산 초기부터 안정적인 수율도 확보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발열, 전력 효율 역시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HBM4를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납품하면서 새로운 경쟁 무대에선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 엔비디아 납품으로 맞불…마이크론 '나도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달 엔비디아에 HBM4 공급할 예정이다. 당초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출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 공급은 조금 지연된 모양새다. 일부 사양에 대한 수정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비록 출하 시점은 늦어졌지만 SK하이닉스가 HBM4 시장에서도 가장 앞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HBM4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물량 중 3분의 2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에서 회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마이크론 역시 HBM4 공급망 생태계에 동참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비 합류 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이크론 HBM4 제품의 성능에 따라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세계 최대 규모 구축…SK하닉, HBM 생산 능력 우위 '사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HBM 시장 점유율은 작년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가 57%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22%, 마이크론은 21%였다.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된다. HBM4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오는 2027년까지 HBM 전체 시장 규모가 연평균 7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전 세계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56억 5600만 달러에서 2027년에는 965억 39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HBM 수급은 이 시점까지는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HBM 공급 3사가 캐파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다 공급 부족으로 점유율 선점을 위해선 생산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도 평택사업장 2단지 P5(5라인) 공사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은 P1~P4인 1단지, P5~6 등의 2단지로 구성되는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다. P5는 2028년 가동 예정이며 HBM과 범용 D램 등을 병행 생산한다. 이번에 HBM4를 출하한 P4에선 월 6만 장의 1c D램 웨이퍼 생산을 할 수 있고 내년 1분기까지 추진 중인 증설이 완료되면 월 12만 장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능력에선 경쟁사를 다소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주 M15X 공장은 HBM4 양산을 목표로 장비 반입을 진행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첫 팹 역시 가동 시점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대만 반도체 기업 PSMC의 퉁뤄 P5 팹을 약 18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미국 뉴욕주 오논다가 카운티에 총 1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메가 팹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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