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한잔도 값싸게 못먹게 막은 '빌런들'...법원도 '응징'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5일, 오전 09:31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서민들의 즐거움인 소주·맥주 가격 경쟁을 묶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던 주류도매협회들이 법원에서도 완패했다. 시장 경쟁을 가로막은 이들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내린 제재가 매우 정당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다.

(사진=연합뉴스)
15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수도권(서울·인천·경기북부·경기남부) 주류도매협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이 공정위 손을 들어준 판결이 최근 확정됐다. 협회들이 대법원에서 법리를 다투는 걸 포기하면서다.

이들의 법적 다툼은 작년 1월 공정위가 부과한 제재로부터 시작된다. 공정위는 수도권 주류도매협회들이 자신의 회원사(도매업자) 사이 가격경쟁을 막는 방식으로 거래처 확보 경쟁을 통제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1억 4000만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공정위 처분에 승복하지 않았고, 서울고등법원을 찾았다.

이들 협회는 2013년부터 ‘수도권 거래질서 운영규정’이라는 기묘한 규칙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이름은 ‘질서’였지만 실제 내용은 회원사의 손발을 묶는 ‘경쟁 금지’였다.

가장 황당한 조항은 사실상의 ‘영업 금지령’이다. 술 배달을 하던 직원이 다른 업체로 옮기면, 2년 동안은 이전 근무지에서 관리하던 식당에 술을 팔지 못하게 못 박았다. 영업사원의 개인적인 역량까지 억압하며 업체 간의 경쟁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도매업체와 거래 중인 식당에 대해선 ‘기존 가격보다 싸게 주지 말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줬다. 사실상 식당 주인이 더 저렴한 업체를 고를 권리를 뺏어버린 셈이다.

이들은 재판에서 “주류업은 국세청이 관리하는 특수 분야라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버텼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따끔했다.

우선 법원은 ‘주류면허법 어디에도 공정거래법 적용을 제외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국세청이 과도한 금품 제공 등을 금지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매업자끼리 손님 확보 경쟁이나 가격 경쟁까지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 안에서의 경쟁은 법적으로 당연히 보장되는 것”이라며 협회의 논리를 조목조목 깨부쉈다.

협회 측은 “규정은 그저 회원사들에 지키자고 해본 선언적 의미일 뿐 강제성은 없었다”는 변명도 늘어놨지만, 법원은 이 역시 용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도권 도매업자의 94.6%가 협회 소속인데, 이런 거대 단체의 의사를 개별 사업자가 거스르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제로 규칙을 안 지켰다고 회원사에서 쫓겨난(제명) 사례가 있고, 어길 시 손해배상을 하라는 규정까지 있었던 점을 들어 규칙이 단순 권고가 아닌 실질적인 ‘압박’이자 ‘목줄’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협회 측은 “과도한 경쟁으로 영세업자가 망하는 걸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당한 영업까지 ‘침탈’로 몰아 막는 것은 결국 시장의 효율성을 죽이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