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돌아온 원전 vs 재생에너지 논쟁…승자는 누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5일, 오후 01:01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내 신고리 12호기 전경. (사진=한수원)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지난달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표와 함께 ‘원전주의자’들과 ‘재생에너지주의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원전에 유보적이던 이재명 정부를 우려했던 원전업계는 한시름을 놓은 반면, 탈핵, 그리고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을 답으로 여겼던 사람들은 새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후퇴’를 우려한다.

최근 극적 반전이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계엄·탄핵 혼란기였던 지난해 2월 확정된 신규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계획 추진을 ‘일시정지’시켰다. 앞선 결정은 국민 의견수렴이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부가 올초 2개 기관으로 나누어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60% 이상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원전의 필요성 자체에는 국민 80% 이상이 동의했다. 발전원별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도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예상 이상으로 치열했다. 갤럽 조사결과에서 재생(48.9%)-원전(38.0%)이 압도적 1~2위였다. 리얼미터에선 재생(43.1%)-원전(41.9%)이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했다. 정부가 유보했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재개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다.

◇열세 놓였던 원전, 원점으로 돌아와

원전은 최근 재생에너지와의 경합에서 열세 국면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최소한 ‘원점’에 서게 됐다.

원자력은 1960년대 전력 생산의 에너지원으로서 상용화된 이래 주요국의 주요 발전원으로 활용돼 왔으나 최근 상황은 좋지 않았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를 시작으로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고, 그때마다 원전은 위축됐다.

특히 옆나라 일본에서의 원전 사고는 한국에서 탈(脫)원전 정책이 등장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거의 모든 대통령 후보는 원전 축소를 얘기했고 여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현실로 옮겼다. 법정 계획을 통해 이미 확정된 원전 건설 계획 상당 수가 중단, 취소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에너지를 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란 대전제 아래 우리가 10~20년 후 무엇으로 전기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논의는 치열함을 넘어 격렬한 수준에 이르렀다.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정면 비판하며 결국 집권하는 데 성공했으나, 그 정권이 3년 만에 스스로 무너지며 원전업계는 다시 정책 불확실성 앞에 내몰았다.

사실상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두 발전원 원전 대 재생에너지의 싸움이다. 전력생산의 약 30%를 차지해 온 주력 석탄발전은 그 탄소 배출량 때문에 미래 발전원 후보군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역시 30% 비중의 가스발전은 전력 공급조절 능력 때문에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역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기반 발전이라는 점 때문에 환영받지는 못한다.

원전업계는 현재 30%인 원전 비중을 일정 수준까지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싼 원가를 들여 주7일 24시간 고품질의 무탄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핵심 이유다. 정부는 연내 2040년까지의 법정 전력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여기엔 작년 수립한 계획에 더해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생에너지업계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100%에 가까워지는 시대에 대비해 당장 원전 비중을 줄여나가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잠재적 위험성이란 근본적 위험을 차치하더라도, 재생에너지와 원전 모두 발전량 조절이 어려운 경직적 성격이 있는 만큼, 두 발전원을 동시에 늘린다면 어느 시점에선 두 에너지원이 ‘충돌’하리란 이유도 있다. 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아직 10% 안팎이기에 아직 충돌 우려가 적다. 그러나 해외 주요국처럼 그 비중이 40% 이상이 되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원전 대 재생…전력망 주도권 놓고 승부

아직 두 에너지원 간 승부가 결정난 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다. 원전은 태양광, 풍력 같은 날씨 요인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연’으로 취급된다.

태양광 발전설비와 송전선로. (사진=게티이미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보급 확대 및 원가 인하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또 재생에너지의 경직성, 간헐성 단점을 보완할 전력계통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원전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신규 원전을 짓겠다는 ‘예상 외 결정’을 빼면 새 정부가 추진 중인 모든 에너지 정책은 이 같은 궁극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

앞으로 최소 10년은 두 에너지원 간 상호 보완적 동거가 불가피하지만 결국엔 승부를 가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에, 우리는 하나의 국가 전력 시스템을 어느 에너지원 중심으로 운용하느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전이 중심이 된다면, 전력 시스템은 특정 지역에서 대량의 전기를 만들어 장거리 송전선로로 각지에 공급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원전이 주 7일 24시간 일정한 양의 전기를 공급하는 ‘주연’이 되면, 나머지 발전원이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부족분을 메우는 ‘조연’ 역할을 하게 된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중심이 된다면 전국 각지에서 전기를 만들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방식으로의 전력망의 대대적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이 충분한 전기를 만들기 시작하면, 나머지 전력원이 전력이 넘칠 땐 이를 흡수하고, 부족할 땐 공급하는 제한적 역할만 하게 된다.

◇최대 승부처는 공급 조절력…“기술중립적 경쟁 돼야”

두 발전원간 최대 승부처는 ‘공급 조절력’이 될 전망이다. 전기는 저장이 어렵기에 하루에도 20~40%씩 바뀌는 실시간 수요량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해야 한다. 지금까진 석탄·가스발전이 주된 공급 조절 역할을 해 왔지만, 탄소중립 때문에 그 역할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발전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직접 조절 역할도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망용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둘 다 이 같은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원전업계는 2029년까지 1년에 100일 이상 원전 출력을 70%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2032년부터는 이를 50%까지 줄여낸다는 목표다. 원전 비중이 60%를 넘는 프랑스에선 이미 상용화된 기술인 만큼 기술적으론 충분히 가능한 수치이지만, 잦은 출력 조절이 원전 설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 확보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맞춘 당국도 공급 조절력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확대로 재생에너지의 공급 변동성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재생에너지의 계절·시간대별 공급량 변동성에 맞춰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수요 측에서의 사용시간 변화를 유도하려는 시도도 준비 중이다.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원전은 경직성 외에도 원전과 장거리 송전선로 구축 확대에 따른 해당 지역주민 반발 문제를 안고 있다.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시설 마련도 50년째 해결 못한 숙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역시 전국 전역에 걸쳐 설치해야 하는 만큼 지역별 반발 우려를 안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또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오르게 될 전체 발전원가 상승과, 날씨에 따른 공급 불안정성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어려운 과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결론이 어떻게 되든 그 과정은 ‘기술중립적’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 안보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에너지 정책, 에너지원 간 경쟁은 정치적 신념에 좌우되지 말고 각 에너지원의 기술력과 경제성 확보 여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원전이 그 잠재적 위험성과 경직성 문제를 해소한다면 미래 주력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반대로 재생에너지가 높은 원가와 공급 불안정성이란 약점을 해소한다면 역시 에너지원간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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