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거나, 무모하거나…‘코인제국’ 스트래티지의 실험 [크립토 나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5일, 오후 03:17

디지털자산시장은 매우 역동적이다. 위로든, 아래로든 가격은 늘 빅스텝으로 움직이고, 시장 내 플레이어들도 그에 보조를 맞춘다. 산업으로서의 디지털자산업도 시장과 규제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처럼 숨 가쁜 디지털자산분야의 변화를 주요 이슈와 플레이어 중심으로 집중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 꾸준한 사업 성과를 내고 있던 회사가 난데 없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현금자산으로 비트코인을 샀다. 그것도 모자라, 신주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급기야 우선주까지 찍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추락하는 회사 주가를 방어하고 있는 기업, 바로 스트래티지(Strategy·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공동 창업주 겸 이사회 의장
국내 투자자들에겐 다소 황당해 보일 수 있지만, 스트래티지가 포지셔닝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라는 전략은 미국 증시에선 그리 낮설지 않다. 스트라이브(Strive)와 마라홀딩스(Mara Holdings), 21캐피탈(XXI Capital) 등 이런 전략을 쓰는 상장사들이 꽤 늘어나고 있다. 다만 그 중에서도 스트래티지의 DAT 전략은 어느 기업보다도 공격적인데다 그 규모가 크다. 스트래티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비트코인 71만4000BTC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보유 가치는 약 480억달러(원화 약 69조원)에 달한다.

DAT는 상장기업이 회사 금고에 현금을 대신해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디지털자산을 채워 넣어 그 시세 차익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경영 전략을 말하는 것으로, 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 등에 투자함으로써 향후 닥쳐 올 지 모르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한편 기업 가치 상승을 통해 주가 상승을 노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 및 주가 추이 (자료=야후 파이낸스, 비트코인 트레저리스)
문제는 DAT 전략이 당초 기대와 다른 결과가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트래티지의 최근 상황처럼 말이다. 지난해 10월 대규모 청산으로 시장 신뢰가 훼손된 이후 비트코인은 당시 역사상 최고치인 12만5260달러에서 거의 45%난 추락한 7만달러에 턱걸이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의 클래스A 보통주 주가도 올 들어 17%, 지난 2024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무려 73% 급락했다.

이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그동안 스트래티지가 사들였던 평균 매입 단가인 7만6037달러를 일시적으로 밑돌면서 스트래티지는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언더워터(underwater)’라고 불리는 평가손실 상태로 돌아섰다. 이렇다보니 회사는 지난해 4분기 124억달러(원화 약 17조9000억원)라는 천문학적 순손실을 냈다.

이에 월가에서는 스트래티지의 DAT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결론났고, 머지 않아 회사가 더 이상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파산에 처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꿈틀대고 있다. 현재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를 감안하면 ‘언더워터’ 상태인 스트래티지는 약 9억달러 안팎의 미실현 손실(장부상 평가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13일 종가가 133달러로 지난 2024~2025년 발행한 CB 전환가격(149.77~672.4달러)을 밑돌면서 투자자들의 보통주로의 전환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경우 투자자들은 CB에 대해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데, 스트래티지의 부채 구조는 2028년 전후에 집중돼 있다. 회사가 발행한 CB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은 대체로 2027~2028년에 몰려 있다.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하면 사실상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스트래티지는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스트래티지 매축과 이익, 잉여현금흐름 추이 및 향후 전망 (자료=야후 파이낸스)


실제 iM증권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28년 약 64억달러 규모의 CB 상환 압력이 현실화될 경우 스트래티지는 약 7만1000개의 비트코인(시가 9만달러 기준)을 시장에 내놓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비트코인시장 일평균 거래량의 약 20~30%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렇게 되면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격을 또 다시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타이거리서치 측은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베팅한 거대한 레버리지 구조”라며 “지난해 기준 정적 파산선인 비트코인 2만3000달러까지는 여유가 있겠지만, 2028년 리파이낸싱(자본 재조달) 성공 여부가 이 전략의 최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헐리우드 영화 ‘빅쇼트(Big Short)’의 실존 인물로 잘 알려진 ‘역(逆)베팅의 귀재’ 마이클 버리는 최근 “비트코인이 7만달러 아래로 떨어지면(=7만달러 아래로 내려가 장기간 회복하지 못하면) 금융업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스트래티지는 40억달러(원화 약 5조8000억원)가 넘는 손실을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자본시장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추가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비트코인 가격을 컨트롤할 수 없는 만큼, 스트래티지가 이 거대한 실험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회사 주가를 끌어 올리거나 조기상환 압박이 커질 수 있는 CB를 다른 안전한 자금 조달원으로 대체(=차환)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스트래티지는 매분기 비트코인을 지속 매입하는 방식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고 있다. 이런 비트코인 매입 재원을 주로 ATM(At-the-Market) 방식의 신주 발행으로 마련했는데, 이는 대규모 신주를 할인 발행하는 대신 회사가 브로커에게 현재 시장가로 주식을 시장에 수시로 팔도록 지시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공개시장에서 분산 매도가 이뤄져 주가에 미치는 충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회사 주가가 mNAV(시장가치 대비 순자산가치 배수)-회사 시가총액이 보유 비트코인의 실시간 시장가치(순보유가치) 대비 얼마나 프리미엄을 받고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1배 이상이 돼 프리미엄 상태일 때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스트래티지의 mNAV는 1배 아래로 내려가 디스카운트 상태가 됐고, 이는 신주 발행을 제약하고 있다.

이에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급락에 따른 자사주 하락을 방어해 기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꺼내 든 전략은 영구 우선주(perpetual preferred shares)다. 영구 우선주는 만기가 따로 없거나 아주 긴 우선주로, 채권에 대해 보통주보다 우선 변제권을 가지면서도 무기한으로 정해진 이자(=배당)를 계속 지급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주식이다.

스트래티지에 새로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이 영구 우선주를 매입해 지속적으로 양호한 배당 수익을 노릴 수 있고 비트코인 반등시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에 스트래티지가 주로 자금을 조달했던 CB에 투자한 경우라면 전환 옵션을 포기하는 대신에 고배당과 보통주 대비 우선 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회사 측이 14일(현지시간) SEC에 제출한 STRC 우선주-회사는 이를 ‘스트레치(Stretch)’라고 부른다-에 대한 투자설명서(Prospectus)를 보면 2월 기준으로 연 11.25%의 배당과 월간 현금 배당 조건이 담겨 있다. 우선주는 주당 100달러(액면가) 근처에서 거래되도록 설계됐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매달 배당률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스트래티지의 영구 우선주 STRC 추가 추이 (자료=나스닥)


1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구 우선주 카드를 공개했던 퐁 레 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사흘 뒤 다시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스닥시장에서 ‘스트레치’가 우리 예상대로 1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설계한대로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때 스트래티지를 숏(매도)하고 비트코인을 롱(매수)하는 차익거래를 실행해 유명세를 탔던 베테랑 공매도 투자자 짐 차노스는 “세상 어느 CEO가 ‘정크본드(=부실채권)’ 수준의 우리 회사 채권이 여전히 액면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말할 수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그의 비판대로, 레 CEO의 발언은 영구 우선주를 통해 스트래티지를 계속 연명할 수 있다는 수동적인 설명이 될 수 있을뿐 근본적으로 회사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보통주 주가를 끌어 올려야 한다. 그리고 보통주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계속 비트코인 시세만 바라보는 천수답 상황이 불가피하다. 좋든 싫든 간에, 스트래티지 주식의 베타(주가 민감도)는 비트코인 가격 흐름과 같이 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스트래티지 주가는 월가에선 일종의 비트코인 대리 지표(프록시)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실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공동 창업주 겸 이사회 의장은 같은 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회사가 보유 비트코인을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근거가 없다(unfounded)”고 말했다. 또한 회사가 분기마다 비트코인을 매수할 것이며, 그럴 리 없겠지만 비트코인이 8000달러까지 떨어진다 해도 부채를 차환하면서 영원히 비트코인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가 신규 자금 조달 없이도 부채를 감당할 현금을 2년6개월치나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전통적 금 옹호론자인 피터 쉬프는 다음날 자신의 X계정에 올린 글에서 ”그 가격대가 되면 과연 누가 세일러 의장이나 비트코인을 여전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비트코인 장기 차트를 보면 평균 가격은 1만달러 부근인데, 그 가격이 되면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가 크게 떨어져 대출해 준 금융회사들이 차환해 줄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선 스트래티지가 실행하고 있는 DAT 전략이 실패했다고 단정짓긴 섣부른 감이 있다. 채무 압박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1~2년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고, 비트코인 가격이 언제 다시 급등하지 말란 법도 없다. 오랜 자본시장의 역사에서 보면 무모해 보이는 스트래티지와 세일러의 실험이 잘못된다면 이는 비단 한 상장사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다수의 DAT 전략 기업들과 나아가 뉴욕 증시 전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디지털자산시장은 물론 월가에서도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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