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2023.8.25 © 뉴스1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가짜뉴스' 논란이 경제단체의 위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한상의는 주관 행사를 당분간 중단하고 임원진 전원에 대한 재신임 절차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한동안 보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관세 협상 국면에서 대미 소통 창구 역할을 했고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10대 그룹 총수와의 신년 첫 간담회에서 주요 그룹의 지방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가짜뉴스 논란으로 전면 쇄신 돌입 대한상의…위기감 고조
16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동시다발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이 대한상의가 배포했던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도자료를 직접적으로 '가짜뉴스'라고 비판한 직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상의 전 구성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직을 다시 세운다는 비상한 각오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할 정도로 최근의 가짜뉴스 유포 논란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 회장의 주문대로 당분간 주관 행사를 중단하고 임원진 전원에 대한 재신임 절차를 밟는다. 조직 문화와 목표 역시 혁신한다. 국가적 과제에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전문성도 확보하며 대한상의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로 대한상의의 활동은 한동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가짜뉴스 논란 이후 산업통상부와 공동으로 진행한 유럽연합의 그린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세미나 외에는 별도 자료도 내지 않았다. 주요 경제 현안이나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경제계의 입장을 대변했던 대한상의의 목소리는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한상의가 한동안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경협,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위상·영향력 강화
대한상의가 주춤한 사이 공교롭게도 한경협이 경제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재계 맏형 자리를 위협할 태세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지난 4일 이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의 신년 첫 간담회에서 청년 취업과 지방 투자를 주문하자 경제계 대표로 나서서 "주요 그룹이 약 270조 원 규모의 지방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 외의 기업을) 다 합치면 30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경협이 주요 기업의 청년 취업 및 지방 투자 계획을 취합,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한경협은 작년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을 찾았을 당시에도 워싱턴DC에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경협은 그간 한미 간 정·재계 교류를 지원하면서 탄탄한 협력망을 보유하고 있다. 류진 회장의 미국 네트워크 역시 막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경협은 이 대통령이 작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했을 때도 현지에서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열기도 했다.
한경협은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작년 3월에는 국회를 찾아 민생경제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한경협 수장과 민주당 대표의 마지막 만남은 2015년 9월이었는데 약 10년 만에 간담회가 이뤄진 셈이다.
경제단체 맏형 역할…대한상의 '지킬까' 한경협 '탈환할까'
현재 재계의 맏형 역할은 대한상의가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1년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이후 경제단체 모임을 주도했고 상의는 경제계의 목소리를 대표해서 정부에 전달해 왔다.
과거에는 재계 맏형 역할을 한경협이 담당했다. 고(故) 이병철·정주영·구자경·최종현·김우중 회장 등 대한민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수장을 맡으면서 경제단체의 맏형을 자임해왔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한때 주요 그룹이 탈퇴하고 해체설까지 나왔다. 한경협은 명칭도 변경하면서 꾸준히 위상 회복을 시도해 왔다. 류 회장의 취임 일성 역시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다.
재계의 관심은 대한상의의 위기 상황과 한경협의 급부상으로 경제단체의 위상 변화가 이뤄질지 여부에 쏠린다. 최 회장이 변화와 쇄신을 주문한 서한에서 "취임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법정 경제단체라는 자부심이 매너리즘으로 변질되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문한 것 현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대외 정책을 펼 때 경제계 파트너로 국제 파트에서 강점이 있는 한경협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경협에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와중에 대한상의에서 벌어진 논란으로 경제단체 위상 지형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goodd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