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이 손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황기선 기자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고, 미국 공장에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노사와 산업계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노사 합의 없는 신기술 도입을 문제 삼았고, 일부에서는 21세기 러다이트 운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로봇 도입은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론과, 노동 대체와 새로운 산업재해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완성도와 안전 규제, 공정·통신·전력 인프라 등 다층적 조건을 충족해야 실제 현장 도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형 도입은 즉흥적 움직임 대응과 산재 책임 구조 등 기존 규정으로 포괄하기 어려운 쟁점이 존재한다. 기업과 노동자, 정부와 사회가 함께 논의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같이 일하는 AI 로봇, 산재 위험과 책임 논란"
휴머노이드의 제조업 도입 시나리오는 크게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협동형'과 로봇만 일하는 '무인 공장형'으로 나뉜다.
협동형의 경우 사람의 즉흥적인 움직임에 실시간 대응해야 하는 기술적 난제와 새로운 형태의 산업재해 위험이 발생한다. 현재 국제 표준으로 제정된 산업용·협동로봇 안전 규격(ISO 10218·ISO/TS 15066)은 기존 로봇팔과 자동화 설비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람과 유사한 형태와 자유도를 가진 휴머노이드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AI 기반 휴머노이드는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닌 자율적 판단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존 규제와 다른 수준의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 어질리티 로봇틱스는 시범사업에서 로봇과 사람 접촉을 울타리로 차단하거나, 안전 센서를 통해 접근 시 자동 정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납품받은 로봇의 결함이나 오작동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의 제조물책임과 사업주의 산업안전 확보 의무가 겹치면서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과 책임 구조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만으로 휴머노이드를 현장에 대량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로보스틱스 부스 전경.© 뉴스1 안은나 기자
공정·통신·전력 인프라 비용도 고려해야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유사한 형태 덕분에 기존 작업환경에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지만, 사람과 같은 수준의 섬세함과 유연성을 구현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로봇 손의 정밀한 제어와 빠른 반응 속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센서와 고도화된 제어 소프트웨어가 필요해 장비 단가와 유지보수 부담이 급증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사람과 완전히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작업을 세분화하고 공정을 로봇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다. 이 과정에서 안전 설비와 통신망, 전력·충전 인프라 구축 비용도 상당하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는 "2028년까지 공급망과 제조 분야에서 휴머노이드를 대규모로 투입하는 기업은 20곳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시스템과 작업 흐름과의 호환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AI 기반 로봇이 일부 작업을 수행할 경우, AI 업데이트와 재훈련을 위한 통신·전력 투자 부담도 뒤따른다. 중국 샤오미는 무인 스마트폰 공장 도입 시 5G 기반 통신망을 구축했으며, 미래 휴머노이드 공장에서도 초저지연, 광대역 통신이 필수로 꼽힌다.
로봇을 활용한 물류시스템.© 뉴스1 김도우 기자
로봇 도입 전 3~5년, 사회적 논의의 '기회의 창'
전문가들은 기술적·경제적·제도적 장벽이 해소되기까지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매켄지는 △사람과 울타리 없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로봇의 지속적 가동 확보 △높은 수준의 손재주와 기동성 △획기적 비용 절감 등을 선행 과제로 제시했다.
이 기간은 기업에는 기술 성숙을 기다리는 시간인 동시에, 사회가 노동 전환과 제도 설계에 대비할 기회이기도 하다. 휴머노이드 도입과 관련해 노사 합의 구조, 산재 책임 분담, 재교육 체계, 새로운 경제 구조 설계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근로자 4명 중 1명은 생성형 AI에 일부 노출된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자리는 사라지기보다 변화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전환을 관리하면 근로 환경과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eungjun24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