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8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22조 7648억 원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5.7.28 © 뉴스1 김도우 기자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길었던 적자 터널을 벗어나 본격적인 실적 반등 채비를 끝냈다. 기술적 난제로 꼽혔던 2나노(㎚) 공정 수율이 안정 궤도에 진입하고, 테슬라와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수주가 잇따르며 비메모리 부문의 흑자 전환이 가시화하고 있다.
사법 리스크와 업황 부진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이재용 회장의 '우직한 리더십'이 거둔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제 메모리 1위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초격차'를 실현하며 뉴삼성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내년 비메모리 '1조8000억' 흑자 전환 전망…2나노·퀄컴 수주 '청신호'
17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부문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는 연간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내년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 매출을 전년 대비 21% 증가한 36조 40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8000억 원으로 추정하며 흑자 전환을 예고했다.
2세대 2나노 공정(SF2P)의 수율 개선과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700' 양산이 본격화하면서다. 엑시노스 2700은 2026년 출시될 갤럭시 S27 시리즈에 50% 수준까지 탑재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고객사 확대도 긍정적 신호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CES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와 먼저 최신 2나노 공정을 활용한 위탁생산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성사되면 2022년 이후 끊겼던 퀄컴의 최첨단 AP 생산이 5년 만에 재개된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23조원 규모 AI6 칩 수주에 이어 퀄컴까지 확보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 포트폴리오가 질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도 하반기 EUV 장비 시험 가동에 돌입한다. 테슬라 자율주행 칩 양산이 본격화하면 그간 TSMC에 집중됐던 빅테크 물량 일부를 흡수하며 점유율 추격의 발판이 마련될 전망이다.
국내 디자인하우스 생태계 회복도 반등 신호로 읽힌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에이디테크놀로지,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등 주요 업체들은 올해 대규모 매출 증가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4나노·8나노·2나노 기반 AI 칩 프로젝트가 잇따라 양산 단계에 진입하면서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파운드리 생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6.2.4 © 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용의 '우직한 7년' 세일즈…'시스템반도체 2030' 결실 보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가 결실을 보기까지는 무려 7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재용 회장의 뚝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수율 문제와 대형 고객 이탈,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며 파운드리 사업은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미국 현지를 오가며 테슬라, AMD, 퀄컴, 메타 등 글로벌 CEO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갔다.
실제 테슬라 23조원 수주, 엔비디아 HBM 공급망 진입, AMD와의 차세대 HBM4 협력 논의 등 굵직한 계약의 배경에는 이 회장의 '세일즈'가 있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올해 초 임원들에게 주문한 '독한 삼성', '사즉생' 메시지 이후 기술·수율·수주 3박자가 맞물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풀기 어려운 고객사와의 막힌 뇌관을 이 회장이 직접 뚫어준 것"이라며 "우직하게 이어온 투자가 비메모리 사업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내며 삼성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 CXMT가 HBM3 양산에 나서며 메모리 격차를 좁히는 상황에서, 삼성은 HBM4와 2나노 파운드리라는 양 날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라는 외부 변수 속에서도 비메모리 경쟁력 복원이 병행되면서 사업 구조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적자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투자를 지속한 결단이 이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메모리 초호황에 가려졌던 비메모리 경쟁력이 살아나면 삼성의 체질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k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