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공포 끝났나"…해외 IB들, 올해 1400원 초반~1300원대 베팅

경제

뉴스1,

2026년 2월 17일, 오전 10:00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항 환전소 앞을 여행객이 지나가는 모습.© 뉴스1 이호윤 기자

한때 1500원에 육박했던 달러·원 환율이 1400원 중반대로 내려온 가운데,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말 환율이 1400원 초반에서 1300원 후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단기 변동성은 이어지겠지만, 상반기 중 고점을 통과했을 수 있다는 관측에 점차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7일 서울 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종가 기준 지난달 20일 1478.1원까지 치솟으며 연중 고점을 기록한 뒤 되돌림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1444.9원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60원 넘게 오르내리는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지만, 추가 급등보다는 점진적 조정 가능성에 시장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해외 IB "연말 1380~1430원"…하락 쪽에 무게
해외 IB들의 연말 전망치는 대체로 1380~1430원 범위에 형성돼 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는 연말 1412.5원이다. MUFG는 자체 전망으로 1385원을 제시했고, 노무라는 1380원을 전망했다. ING는 3분기 중 1375원까지 하락 가능성을 열어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말 1395원, 스탠다드차타드는 1400원을 각각 제시했다. 미즈호은행도 4분기 전망 범위를 1320~1430원으로 제시하며 하단을 1300원 초반까지 열어뒀다.

다만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캐피탈은 1분기 1500원 가능성을 제시해 단기 상단을 열어두면서도, 4분기 전망은 1430원으로 낮춰 잡았다. 분기별 변동성은 클 수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1400원 안팎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연준 금리 인하·WGBI 편입 등 대외 변수가 단기 향방 가를 것
환율의 단기 방향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리 인하 폭과 속도, 인하 종료 이후의 정책 신호가 달러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연준이 두 차례 내외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있지만 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완화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면서도 "상반기에는 인하 기대가 선반영되며 달러 약세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1300원대 중후반이 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연내 인하가 마무리될 경우 다시 경계심이 부각되며 재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기적으로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여부도 주목된다. WGBI에 본격 편입될 경우 국내 채권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서 원화 수요가 늘어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자금 유입 속도와 규모는 글로벌 금리 환경과 위험선호 심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 방향성 역시 변수다. 최근 일본 총선에서 압승한 다카이치 총리가 '사나에노믹스'를 통해 엔저 용인 및 금융 완화 기조를 시사하며 엔화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엔저 고착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원화 역시 동반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2.13 © 뉴스1 구윤성 기자

구조적 달러 수요가 하방 제약…"급락보다 점진적 조정"
환율 하락 전망에도 구조적 달러 수요는 하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성장 우위와 산업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와 기업의 대미 투자가 확대됐고, 이에 따른 달러 수요가 구조화됐다는 분석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가 최근 원화 약세의 근본 배경"이라며 "해외로 나간 자금의 환류가 본격화되지 않는 한 1400원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증시 랠리가 꺾일 경우 자금 유턴이 나타나 13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급격한 하락보다는 점진적 조정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물가 격차 등을 감안하면 1200원 후반대가 보다 적정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서 연구위원은 "1350원 정도가 수출을 유지하면서도 물가 안정과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상반기에는 1400원 초반까지 열어두되, 하반기에는 외국인 자금 유입과 경기 회복 모멘텀이 반영되며 13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달러·원 환율은 단기적으로는 연준 정책과 대외 변수에 따라 출렁이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1400원 초반 또는 1300원 후반으로 점진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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