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치금 분리, 백서 공개…디지털자산기본법, 투자자 보호 방점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8일, 오후 06:35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을 자본시장법에 포함시키기보다 별도의 법을 만들어 관리하되, 규제 수준은 금융회사에 가깝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본시장법에 편입하지 않으면서도 금융회사 수준의 인가·감독 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제도적 정합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법안에 따르면 거래소와 수탁업 등 시장의 핵심 역할을 하는 사업자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만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내부통제 기준과 전산 안정성 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대주주에 대해서도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했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체계에서,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인가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반면 자문이나 전송 등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은 업무는 인가보다 낮은 수준인 등록제로 관리하도록 했다.

영업에 대한 통제 범위도 확대했다. 이용자가 맡긴 예치금은 회사 자금과 분리해 보관하도록 하고, 사업자가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디지털자산을 발행할 때는 자본시장법상의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는 적용하지 않는 대신, 백서(white paper)를 통해 주요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백서에 허위 내용을 담거나 중요한 정보를 누락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도 지도록 했다. 자본시장법 적용은 유보하면서도 정보 공개 책임은 강화한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 근거도 명확히 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나 시세조종 등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자산을 금융투자상품으로 보지는 않지만,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자본시장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업계 관심이 집중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발행 인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발행사는 유통되는 코인 규모에 맞춰 100% 준비자산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 자산은 회사 자금과 분리해 외부 기관 등에 따로 보관해야 한다. 발행 단계에서부터 준비자산 확보 여부를 심사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구조여서 사후 규제보다는 사전 요건을 강화한 형태로 설계됐다.

이번 법안은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춘 특금법 중심의 1단계 관리 체계를 넘어 시장 질서와 투자자 보호까지 포괄하는 2단계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인가 요건과 내부통제 의무가 동시에 강화될 경우 중소 사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본시장법과의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가와 처벌 규정이 먼저 도입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제도의 완성도를 둘러싼 논의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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