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김세연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을 돕기 위해 매년 수십억 원을 투입해 구축한 인공지능제조플랫폼(KAMP)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한 데이터가 절실한 상황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제대로 쌓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AMP 데이터셋·가이드북 다운로드 건수는 2만 5675건이었다. 전년(2만 2556건)보다 늘어나긴 했으나 하루 이용이 70건 남짓에 불과하다. KAMP에서 데이터 활용을 위해 제공하는 AI 분석도구는 활용실적이 더욱 저조하다. 2024년엔 1만 3792건이었던 AI 분석도구 이용 건수는 지난해 7469건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67개 데이터셋 업로드한다더니 실적은 ‘0’
KAMP는 중소 제조기업이 AI를 도입하고 AI 제조 데이터를 거래·유통할 수 있도록 만든 공공 플랫폼이다. 2020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매년 수십억 원이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거래 지원에 투입되고 있다. 올해도 59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받았다.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KAMP가 활성화되지 않는 요인으론 데이터 부족이 꼽힌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 구축지원 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67개 데이터셋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사업 지원을 받은 기업 중 KAMP에 데이터를 업로드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제조기업의 실제 AX를 지원한 AI 실증사업의 경우 2023년 100개 기업에 대한 지원이 종료된 이후 지난해에야 뒤늦게 데이터셋이 업데이트됐다. 사업이 한 해 만에 끝나 기존 데이터 업데이트나 신규 데이터 업로드도 없다.
지난해 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발주로 나온 연구용역에서도 ‘충분한 기업 수요를 반영하지 않아 사업을 기획 및 운영함에 따라 사업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데이터셋 구축에 기업 참여가 저조할 뿐더러 KAMP에선 데이터 축적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국회 예산결산심사특별위원회도 지난 결산 과정에서 “제조 AX를 위한 기본적인 토대인 제조 데이터셋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고 제조AI 데이터셋을 유료로 구매하여 사용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 거래시장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기업 제조 AI 도입에 필요한 데이터셋 수집·가공에 노력할 것을 중기부에 주문했다.
이처럼 데이터 수집이 지지부진한 건 기업 입장에선 당장 제조 데이터를 KAMP에 제공하는 데 따른 이익은 불투명한 데 반면 자사 기술 등이 노출될 우려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창용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센터장은 “개별 중소기업의 보안 문제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그동안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도 “기업들이 데이터 공유를 엄청 꺼려한다”며 “제조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공정 데이터들은 대부분 기업의 핵심 기밀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부 지원 사업 대가로 데이터 공유를 강제하면 아예 지원을 포기하는 기업이 대부분일 것이란 게 중기부 고민이다.
◇데이터 제공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해야
제조 AX를 위한 데이터 플랫폼 활성화는 이재명 정부에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재명 정부도 제조 AX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KAMP를 ‘제조 AI 24’로 고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나 업계에선 이를 위해선 제조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우리도 데이터가 자산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스마트 공장을 구축할 때 기업 데이터도 자산으로 봐서 해당 기업의 현물 출자로 인정해주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창용 센터장도 “데이터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데이터가 유효한지 아닌지, 거래의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해 평가 현실성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