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장=특혜’ 찍힌 임대사업자…대출 규제 카드 나오나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19일, 오후 04:57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 관행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정책 초점이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로 구체화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출 연장을 ‘금융 혜택’으로 규정한 이후 단순 현황 파악을 넘어 제도 정비 단계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만기 연장 심사 과정에서도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9일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시민이 집합건물 중심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은행·상호금융·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 기업여신 담당 임원을 소집해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연장 구조와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설 연휴 직전인 13일 전 금융권 점검회의를 연 데 이어 연휴 직후 다시 회의를 여는 것으로, 1차 점검이 ‘다주택자 대출 전반 현황 파악’이었다면 이번 회의는 구체적인 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논의가 임대사업자 대출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구조적 차이 때문이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30~40년 장기 분할상환 구조로, 만기 시점에 대출이 종료되는 형태라 ‘연장’ 개념이 사실상 크지 않다. 반면 임대사업자 대출은 통상 3~5년 만기로 실행된 뒤 1년 단위로 반복 연장되는 만기일시상환 구조다. 실제 연장 여부가 차주의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 바로 이 대출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그간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연장이 비교적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최초 대출 실행 시에는 담보가치, 임대소득, RTI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지만, 연장 시에는 담보 유지 여부와 연체 여부 등 형식적 점검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연장 시에도 RTI를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사실상 ‘연장=재대출 심사’에 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임대 수입으로 이자 상환이 충분히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장치다. 현재는 신규 대출에 한해 규제지역 1.5배, 비규제지역 1.25배 기준이 적용된다. 예컨대 규제지역에서 연간 이자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최소 1500만원 이상의 임대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숫자가 클수록 더 많은 소득을 요구하는 만큼 규제 강도가 높다.

문제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과거 저금리 전제 하에 대출을 받은 차주 중 일부가 현행 RTI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임대료가 정체되거나 공실이 발생한 경우라면 소득 대비 이자비용 비율이 악화됐을 수 있다. 이 경우 만기 연장이 제한되면 차주는 추가 담보 제공이나 일부 상환을 요구받을 수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장 심사 강화가 일부 매물 출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임대료 인상으로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RTI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상하려 할 경우 임차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등록임대사업자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연간 임대료 인상률이 5% 이내로 제한돼 있고, 전반적인 임대료 수준은 수요·공급 상황에 좌우되는 만큼 정책 변화가 곧바로 임대료 급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또 다른 변수로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의 대응을 꼽는다.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사업자 대출 비중이 높은 일부 업권에서는 심사 기준이 일시에 강화될 경우 차주 이동이나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이 업권 간 규제 차이를 최소화할지 여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은행권 기준으로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임대업 대출 잔액은 201조8449억원대에 달하지만, 상가·오피스 등을 제외한 주거용 부동산 관련 대출은 8.3%인 16조7838억원 수준이다. 전체 금융시스템 차원에서는 제한적인 규모지만, 특정 차주군에는 체감도가 높은 조치가 될 수 있다. 특히 다주택 보유 구조를 전제로 레버리지를 활용해 온 차주에게는 사업 구조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조치는 ‘신규 차단’에서 ‘기존 관리’로 정책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신호로 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형평성과 건전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충격을 어떻게 완충할지에 따라 정책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라며 “단계적 적용이나 일정 기간 유예 등 세부 설계에 따라 시장 반응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날 회의 이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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