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투자회사 '로즈뱅크'가 미국 제조·산업 기반 기업 인수를 검토 중이다.(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국 투자회사 '로즈뱅크 인더스트리'는 미국의 한 사모펀드(PEF)운용사가 보유한 기업 두 곳을 30억5000만달러(약 4조 4127억원)에 인수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에 들어갔다. 인수 대상은 산업용 가공장비 업체 CPM과 정밀 부품 제조사 MW인더스트리로, 북미 제조 기반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로즈뱅크는 가공장비와 정밀 부품을 아우르는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플랫폼형 구조로 외형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로즈뱅크의 행보는 최근 수년간 영국 자본시장에서 이어져온 흐름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영국에서는 상징적인 매각 사례가 잇따랐다. 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 넘어갔고, 영국의 주요 유통·인프라 기업들에 이어 영국 왕실에서 관리하던 기업 마저 해외 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글로벌 자금이 영국 자산을 흡수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일각에선 '영국은 팔리는 시장'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번에는 영국 기업이 미국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자산을 사들이는 구조로 방향이 달라졌다. 그것도 AI나 플랫폼 기업이 아닌 제조·산업 기반 기업으로, 변동성이 큰 성장 기업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유형자산을 바탕으로 한 실질 가치 측면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사실 최근 들어 영국 기업들의 해외 인수 시도는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열메일 모회사인 IDS는 최근 캐나다 물류기업에 대한 소수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등 북미 네트워크 확대에 나섰다. 일부 영국 방산·엔지니어링 기업들은 북유럽과 캐나다의 소형 방산업체 인수로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고, 일부 산업·에너지 서비스 기업들 역시 유럽 본토의 중소 제조사를 볼트온 방식으로 흡수하며 외화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영국의 거시 여건과 연결해 해석하는 모양새다. 성장률 정체와 IPO 시장 부진 속에 해외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해 실적 변동성을 낮추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파운드 약세와 산업 자산의 밸류에이션 조정도 인수 여건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북미와 유럽 본토를 중심으로 역외 투자 검토가 확대되는 분위기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유럽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흔하지는 않지만, 로즈뱅크 같은 사례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라며 "단순한 외형 확장이라기 보다는 해외 자산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전환의 사례로 보인다. 다만 매각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어온 영국이 다시 '사는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