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의 가치는 왜 이더리움에서 나오는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22일, 오전 06:01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이더(ETH)는 비트코인 다음으로 암호자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산이다. 오랜 기간 시가총액 2위를 유지해 왔으며, 이제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이어 ETH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운용될 정도로 제도권 금융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비트코인에 스트래티지(Strategy Inc.)라는 상징적 트레저리 기업이 존재한다면, 이더리움 생태계에서는 일부 인프라 및 디지털 자산 기업들이 재무 전략 차원에서 ETH 보유와 스테이킹을 병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암호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상징하는 결정적 사건은 현물 ETF 승인이다.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데 이어 같은 해 7월 ETH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가 시장에 등장했다.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셰어즈 이더리움 트러스트(iShares Ethereum Trust, ETHA),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Fidelity Investments)의 이더리움 펀드(Ethereum Fund, FETH),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츠(Grayscale Investments)의 이더리움 트러스트(Ethereum Trust, ETHE), 그리고 반에크(VanEck),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등 글로벌 운용사들이 참여했다. 이는 ETH가 단순한 디지털 토큰을 넘어 제도권 금융 체계 안에서 하나의 자산군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사진=챗GPT)
그러나 ETH의 가치는 단순히 “시가총액 2위”라는 상징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가격 변동성이라는 표면적 현상 이면에는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갖는 디지털 경제 기반 인프라라는 구조적 성격이 자리 잡고 있다.

이더리움은 처음부터 비트코인과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했다.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블록체인이 단순한 화폐 전송 네트워크에 머무르는 데 한계를 느꼈다. 그는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스마트 계약을 도입함으로써 이더리움을 ‘세계 컴퓨터’로 확장하고자 했다. 이 발상은 블록체인을 단순한 가치 이전 네트워크를 넘어 계약·금융·조직 운영까지 포괄하는 범용 실행 플랫폼으로 전환시켰다. 오늘날 탈중앙화 금융(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다오(DAO) 생태계는 이러한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한다.

이더리움의 기술적 핵심은 EVM(Ethereum Virtual Machine)이다. 전 세계 수많은 노드가 동일한 코드를 실행하고 동일한 결과에 합의하는 구조는 중앙 서버 없이도 네트워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연산 인프라로 작동하게 만든다. 네트워크 위에서 활동이 증가할수록 가스비를 지불하기 위한 ETH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자산 가치와 직접 연결된다.

경제적 설계 역시 정교하다. 2021년 도입된 EIP-1559(Ethereum Improvement Proposal 1559)는 기본 수수료(Base Fee)를 자동으로 소각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네트워크 사용이 늘어날수록 유통되는 ETH 공급이 감소하는 메커니즘이 제도화된 것이다. 현재까지 약 460만 개 이상의 ETH가 소각됐다. 이는 네트워크 사용 증가가 소각을 통해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2022년 ‘더 머지(The Merge)’는 공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면서 신규 발행되는 ETH 물량은 크게 줄었고, 에너지 소비도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과거 작업증명(PoW)은 전력과 장비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였기 때문에 높은 보상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분증명(PoS)은 ETH를 예치해 참여하는 방식이라 비용이 크게 줄었고, 그 결과 신규 발행 규모도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전체 공급량의 상당 부분이 스테이킹을 통해 유통에서 묶여 있다. 소각, 발행 감소, 스테이킹 잠금 효과가 결합되며 ETH는 네트워크 사용과 공급 구조가 직접 연결된 자산으로 진화했다.

확장성 또한 개선되고 있다. 덴쿤(Dencun) 업그레이드와 EIP-4844는 레이어2 네트워크의 비용을 크게 낮췄다. 이제 이더리움은 모든 거래를 직접 처리하는 단일 체인이 아니라 다수의 하위 네트워크를 최종적으로 검증하고 정산하는 글로벌 정착 레이어로 기능한다. 네트워크 활동이 늘어날수록 가스 사용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소각되는 ETH 규모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기업들의 재무 전략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스트래티지(Strategy Inc.)가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하며 가치 저장 전략을 취하는 반면, 일부 기업들은 ETH를 생산적 자산으로 바라본다. ETH는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하는 스테이킹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전략과는 구별된다. 물론 스테이킹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ETH 가격 변동, 기술적 문제, 규제 환경의 변화 등은 언제든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ETH의 가치는 범용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 소각 기반의 희소성, 기관 자금의 유입이라는 세 가지 확고한 근거 위에 서 있다. 이더리움은 하나의 플랫폼이며, ETH는 그 플랫폼의 경제적 지분을 상징하는 자산이다. 네트워크 채택이 확대되는 한 결국 ETH의 가치는 이더리움이 실제로 얼마나 활용되고, 시장에서 얼마나 신뢰를 얻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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