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수백억 과징금’ 시대 열리나... 당국, 특금법 개편 추진[only이데일리]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22일, 오후 07:19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과징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에 대해 과태료 중심으로 제재해온 기존 체계를 손질해, 매출 연동형 등 고액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와 맞물려 연내 제도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승용 기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금법상 과징금 제도 도입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연구 범위에는 △과징금 도입 필요 항목 선별 △부과 기준 및 금액 산정 방식 설계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제도 도입 △특금법령 개정안 마련 및 입법지원 등 까지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 제도 검토를 넘어 입법 설계를 전제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FIU 관계자는 “특금법상 제재 수단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문제 인식이 내부적으로 형성돼 있다”며 “해외 AML 제재 사례와 국내 법 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현행 특금법은 금전제재 수단으로 과태료만을 두고 있다. 과태료는 행정질서벌로 상한이 비교적 낮고, 법원 판단 과정에서 감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재의 실질적 억지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특금법 위반은 의심거래보고(STR)·고객확인(KYC)·고위험 고객 강화실사 등 반복적 보고의무 성격이 강하다. 전산 오류나 내부 착오가 발생하면 건별로 과태료가 누적돼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규모로 불어날 수 있다. 반면 고위험 고객 관리 체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의심거래 감시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관리한 경우에는 ‘1건 위반’으로 처리돼 상대적으로 낮은 제재에 그칠 수 있다는 게 당국 내부 평가다.

예컨대 고위험 고객에 대한 강화된 실사를 체계적으로 이행하지 않거나, 대규모 의심거래를 인지하고도 적시에 보고하지 않은 경우, 트래블룰 이행 체계를 형식적으로 운영해 자금 흐름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경우 등이 향후 과징금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단순 보고 누락과 달리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의 실패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과태료 체계와는 성격이 다르다.

실제 지난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특금법상 고객확인 의무 위반 등과 관련해 수백억원대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이는 반복 위반 건수가 누적된 결과로, 매출 규모나 위반의 중대성에 연동해 제재를 가하는 과징금과는 법적 구조가 다르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빗썸에서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역시 내부통제와 전산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감독당국 내부에서는 “신고제 사업자 수준의 관리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강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과징금 도입 시 직전 사업연도 매출의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매출 연동형, 위반 관련 거래금액 기준 산정 방식, 부당이득 환수형 모델 등을 폭넓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거래소의 연간 매출 규모를 감안 할 때, 비율 설정에 따라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 과징금이 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특금법 제15조에 따른 ‘영업정지 요구’에 갈음하는 과징금 도입도 연구 범위에 포함됐다. 현행 제도는 중대한 위반이 발생하면 감독기관에 영업정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집행은 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 우려로 부담이 크다. 이를 고액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면 제재의 실효성과 집행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징금 도입 논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시장질서 위반에 대한 제재 체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AML 영역만 과태료에 머무는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가상자산사업자를 금융회사 급 규율 체계로 끌어올리는 ‘2단계 정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AML 의무 강화는 불가피한 흐름이지만, 매출 연동형 과징금이 도입될 경우 재무적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며 “제재 기준과 산정 방식의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