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2026'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SK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02.22.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올해 실적 전망치가 가파르게 상향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대폭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치솟는 가격 부담에 주요 고객사들이 중국산 반도체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적정한 수급 조절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245조·SK하이닉스 179조 영업이익 전망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삼성전자는 245조 7000억 원, SK하이닉스는 179조 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도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243조 원, 322조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예상치는 두 회사의 지난해 실적을 4배가량 뛰어넘는 수치로 전례 없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32조 77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3조 6011억 원으로 2018년 '슈퍼 사이클' 당시(58조 9800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97조 1467억 원, 영업이익 47조 2036억 원을 기록하며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고, AI 중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 60%·메모리 반도체 80% 마진율…"부르는 게 값"
역대급 실적 기대감 배경에는 독보적인 '마진율'이 있다. AI 수요 급증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반도체를 구하기 위한 바이어가 줄을 서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급 부족은 높은 마진율로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마진은 60%, 일반 메모리 칩 마진은 80% 수준"이라며 압도적인 수익 구조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메모리 칩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범용 D램 가격은 한 달 전보다 24%, 낸드플래시는 65% 치솟았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고 성능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2.12 © 뉴스1
HBM4 기술 경쟁 '가열'…삼성이 치고 나가자 SK도 '맞불'
미래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HBM 기술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HBM 시장은 그동안 SK하이닉스가 독주했지만,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일주일 앞당겨 6세대 HBM4를 엔비디아에 초도 공급하며 주도권 탈환에 나섰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달부터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하며 맞대응한다. SK 측은 공급 시점은 다소 늦었지만,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 물량의 3분의 2를 확보한 만큼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마이크론도 HBM4 공급망 생태계에 뛰어들 전망이다. 마이크론의 제품 성능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변할 수 있다. JP모건은 전 세계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356억 달러에서 2027년 965억 달러까지 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치고 올라오는 中…"저가 공세·점유율 확대 경계해야"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차이나 리스크'는 경계 대상이다. 한국 반도체의 고단가 정책이 지속될 경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틈새를 파고들 수 있어서다.
중국 YMTC(양쯔메모리)는 우한 신공장 가동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앞당기며 낸드뿐 아니라 D램, HBM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기술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낸드 분야에서 YMTC는 270단까지 단수를 높이며 한국과의 격차를 1년 내외로 줄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D램 역시 중국 CXMT가 DDR5 양산에 성공하며 격차를 2년 수준까지 좁혔다는 평가다.
HBM 분야는 아직 한국 기업들이 3년가량 앞선 것으로 분석되지만, 범용 메모리 가격이 급등할 경우 수요 일부가 중국산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차기 아이폰 시리즈에 중국산 메모리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캐파 늘리고 기술 초격차 유지 총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캐파(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점유율 수성 및 초격차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2단지 P5 라인 공사에 착수했으며, HBM과 범용 D램을 병행 생산할 계획이다. 기존 P4 라인 역시 증설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에서 HBM4 양산을 준비하고 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팹 가동 시점도 앞당길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중심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한 실적 상향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pkb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