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日과 보조 맞춰 협상…대미투자는 합의대로 진행해야"

경제

이데일리,

2026년 2월 23일, 오전 05:01

[이데일리 김형욱 정두리 하상렬 기자] 통상 전문가들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부과 위법 판결이 오히려 한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투자 압력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 조치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 판결 직후 ‘10% 글로벌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관세를 15%로 올리겠다고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조치 위법무효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세와 대미 투자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확대한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후속 조치에 맞춰가되 주변국의 대응 역시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협상력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美 후속 관세조치로 불확실성 증폭”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로 우리 정부와 기업들 입장에선 또 다른 차원의 불확실성이 생겨 기업 경영 전략을 따는데도 변동성이 커졌다”며 “상호관세는 일률적으로 부과되니 ‘받아들이고 적응하자’는 대응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어떤 무역장벽이 등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의거한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나온 직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10%의 글로벌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하루 뒤인 21일(현지시간)엔 이를 15%로 올리겠다고 추가 예고했다. 해당 법은 의회 동의가 없는 한 그 시한이 150일로 제한돼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현 관세 조치 유지를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에 근거한 후속 조치 준비에 착수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스티커 붙이듯 여러 조치를 계속 덧붙여 나간다면 한국 입장에선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차별적 조치가 등장할 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의 국면”이라고 말했다.

다급해진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관세 압력과 자국 투자 요청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한미는 지난해 관세 합의를 통해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나 그 배경이 된 상호관세 자체가 무효가 되면서 추진 동력이 약화한 상황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로선 한국의 대미투자를 담보하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승용 기자
◇“대미투자특별법 계속 추진해야”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국과 진행한 관세 합의에 근거한 대미 투자를 계속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봤다.

장 원장은 “한미 관세합의는 상호관세뿐 아니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자동차 품목관세도 걸린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등을 계속 추진하며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도 “특별법 입법이 늦어진다면 미국에 또 (압력 강화의) 빌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어차피 해야 한다면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트럼프식 관세 정책의 명분을 크게 약화시킨 만큼 유럽연합과 일본 등 주요국의 상황과 보조를 맞춰 앞으로의 대미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구 교수는 “너무 큰 변화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좋은 카드’를 쥐고 활용하지 않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세 부담이 더 커지지 않는 선에서 미국 측의 기존 조치를 인정해주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비관세 협의 등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전 산업통상부 통상분쟁대응과장)는 “기존 합의에서 혜택이 없었던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50% 관세의 조정 여지가 있을지도 타진해봐야 할 것”이라며 “관세 근거법이 무역법 301조 등으로 옮겨진 만큼 관세 협상의 초점이 기존 상무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분산되는 것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되살아날 여지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미국 관세 구조가 글로벌 관세 15%에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더하는 방식으로 바뀔 전망”이라며 “한·미 FTA의 MFN 관세 면제 효과만큼 가격 경쟁력 우위를 일부 회복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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